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중 2023년부터 4년간 예산과 기금관리를 맡을 시금고 은행 선정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4월에 최종 금고은행을 결정한다. 현재 시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입찰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충분한 검토 후 입찰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 1금고는 신한은행이, 2금고는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우리은행은 1금고를 104년간 맡아왔지만 지난 2018년 신한은행이 입찰과정에서 승리해 처음으로 1금고 담당은행이 변경됐다. 1금고는 서울시의 일반·특별회계 관리, 2금고는 성평등기금·남북교류기금 등 각종 기금 관리로 차이가 있다. 2금고 규모는 단 수조원으로 1금고에 비해 비중이 적어 은행들은 1금고 관리 입찰에 사활을 건다.

서울시금고를 담당하게 되는 은행은 서울시의 현금과 유가증권 출납·보관, 세입금 수납·이체, 세출금 지급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은행은 시의 예치금을 운용하면서 상당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은행의 브랜드 가치도 올릴 수 있다.

신한은행은 1금고 지위를 지키기 위한 방어전에, 우리은행은 지난 104년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탈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들이 지나친 출연금 경쟁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의 재산상 이익제공에 대한 내부 통제 가이드라인' 행정지도 연장을 예고했다. 금감원의 은행들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자체 금고 유치를 위해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출연금을 써내며 과당 경쟁을 벌이다가 문제가 생기는 사례를 우려한 것이다.

지난 2018년 입찰과정에서 신한은행은 305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제공하면서 어렵게 승리를 차지했지만 이 결과로 제재를 받았다. 서울시 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영업활동이 정상 수준을 벗어났다는 이유 등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과태료 21억원을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이러한 출연금 경쟁 없이 1금고를 수성하기 위해서 금고 유치에 공을 세운 인물을 모으고 있다. 지난 연말 임원인사에서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지속가능경영 부문장(CSSO)을 기관그룹 부행장으로 선임했다. 박 부행장은 2018년 기관고객부장 재직 당시 서울시 1금고를 따낸 주역이다.

우리은행도 출연금 경쟁이 배제된 만큼 104년간 문제없이 시금고를 운영해온 이력을 어필하면서 과거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현재 참여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충분한 검토 후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서울시에 제공할 혜택을 고심하고 있다. 출연금 경쟁이 어려워진 만큼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이자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설정된 평가기준에 따르면 출연금 배점은 4점에서 2점으로 낮아졌지만 금리 배점은 15점에서 18점으로 확대됐다"며 "이전처럼 출혈경쟁은 어렵겠지만 시금고 운영의 상징성을 상징할 때 금리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