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BGA에 4000억 규모 캐파 투자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기판소재사업부의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사업 진출을 위해 총 4130억원 규모의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공시했다.

FC-BGA 방식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기술적 최상단에 위치해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현재까진 일본과 대만, 한국 등의 일부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FC-BGA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사용되는 '컨트롤러용'과 스마트 TV 등의 디스플레이 기기에 탑재되는 '반도체용'으로 나뉜다. 반도체칩과 기판을 볼 형태의 범프로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판이다. 

주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시스템반도체에 활용되는데, 최근 수요가 급증한 덕에 기판 부문의 '노른자' 제품으로 불린다. LG이노텍이 FC-BGA 설비 투자에 나선 배경도 이같은 이유다. 

LG이노텍은 당초 지난해 말부터 FC-BGA 사업을 진출을 위한 진용을 꾸려 왔다. 조직개편을 통해 FC-BGA 사업담당,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호실적에 따라 현금성 자산이 쌓이면서, 올해 FC-BGA 사업 진출이 적기라는 판단에서 밑작업을 이어온 셈이다.

실제 LG이노텍은 작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76% 늘어난 8882억원을 올렸다. 이에 따른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해 5659억원이다. 재작년 말과 비교하면 현금성자산이 소폭 줄었으나,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쓰이며 신사업 진출 전 재무지표 안정화 작업을 끝마친 상태다.

◆ 판 커지는 FC-BGA 시장, 삼성전기와 격돌

LG이노텍의 FC-BGA 사업 의지는 이번 투자 규모를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작년 말 연결기준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의 연간 자본직지출(CapEx)은 1735억원 가량이다. 

LG이노텍은 총 시설투자금 4130억원을 오는 2024년 4월까지 약 2년에 걸쳐 투입할 예정이다. 신사업인 FC-BGA에만 연 평균 2000억원이 투자된다는 의미로, 기판소재사업부 전체 연간 자본적지출을 상회하는 셈이다. LG이노텍은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단계적인 FC-BGA 투자를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이 FC-BGA 시장 본격 진출을 알리면서, 향후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기와의 경쟁 구도도 확고해질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기도 지난해 12월 FC-BGA 사업 확장을 위해 베트남 법인에 1조13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삼성전기가 선발주자다. 이미 지난해부터 애플의 독자 생산칩인 'M1'에 FC-BGA를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후발주자인 LG이노텍으로선 기존 기판소재사업부의 노하우를 얼마나 살려낼 지가 관건이다. 이미 오랫동안 반도체 기판을 다뤄온 만큼, 충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빠른 점유율 추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게 LG이노텍측 설명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40년 가까이 기판소재사업을 통해 축적한 독자적인 초미세회로, 기판 정합 기술 등을 FC-BGA 개발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