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오비맥주의 지난해 실적이 3년 만에 역성장 기조에서 벗어난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 맥주(카스, 한맥)가 선전한 가운데 수입맥주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을 어느 정도 반등한 덕분이다.

24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오비맥주 모회사인 버드와이저에이팩 EAST부문이 지난해 거둔 매출은 12억2200만달러(1조4517억원)로 전년대비 5.2% 증가했다. 이 부문의 매출은 사실상 오비맥주 몫으로 볼 수 있다. EAST부문에는 오비맥주와 일본, 뉴질랜드사업이 포함돼 있는데 일본은 현지 업체들이 과점시장을 이뤘고 뉴질랜드는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이유에서다.

오비맥주의 매출이 반등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난해 11월 한시적으로 시행된 '위드 코로나' 정책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흥시장의 영업시간이 대폭 확대됐고 사적모임 인원도 늘어남에 따라 어느 정도 연말 성수기 효과를 누린 것이다. 이 덕분에 오비맥주는 ▲'카스' 브랜드의 노후화 우려 ▲하이트진로 '테라'의 선전 ▲코로나19 확산 등의 악영향으로 2019년부터 줄어들고 있는 매출을 3년 만에 반등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드와이저에이팩 측은 "지난해 4분기 한국시장(오비맥주)가 기록한 매출 및 조정 EBITDA(상각전이익)는 전년대비 두 자릿수 성장하는 등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며 "이는 4분기 중 실시 된 위드코로나 덕분에 카스와 한맥, 버드와이즈, 호가든 등 주력 제품의 판매량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매출이 수익성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옥에 티로 꼽히고 있다. 버드와이저에이팩 EAST부문의 지난해 조정 EBITDA는 3억3000만달러(3920억원)으로 전년대비 2.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조정 EBITDA 마진율은 2020년 29.2%에서 지난해 27%로 2.2%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흥시장용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가정용시장에서 매출을 상쇄키 위해 마케팅 비용 등을 지출할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는 오비맥주가 올해도 이익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미크론의 득세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유흥업소 영업에서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팬데믹 이후에는 경쟁환경이 다시금 악화될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오비맥주의 영업이익은 2018년(5145억원)에 사상 최대치를 찍은 이후 매년 악화되고 있다.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2019년 출시 직후부터 카스의 아성을 넘본 데 따른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테라에 큰 투자를 안 했지만 확진자가 줄어드는 시점부턴 다시금 마케팅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가 사실상 유흥시장을 독점해 온 2018년 당시의 수익성을 회복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에는 유흥시장에서 판매되는 맥주 비중이 60%에 달했는데 2020년부터는 가정용 비중이 70%에 육박하고 있다"며 "가정용 시장이 확대된다 해도 유흥시장의 빈자리를 메울 순 없는 데다 수입맥주 비중이 높은 특성상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의 테라 등 토종 맥주들이 실적을 올리는데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이트진로가 맥주사업에 다시금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롯데주류 또한 '클라우드 생 드리프트' 판매량을 늘리고 있어 카스의 경쟁력이 예년만 못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