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약·바이오 산업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펜데믹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뛰어난 역량을 보이면서 미래성장 동력으로서의 가치를 재입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제약·바이오 기업 간의 M&A 또는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이종산업의 러브콜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화학 전문 기업 OCI는 최근 1461억원을 투자해 부광약품 지분 11%를 확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OCI는 이번 투자로 미래 신사업 분야로 낙점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포부다.

부광약품은 중추신경계, 항암제 중심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동시에 해외 바이오 벤처 투자를 집중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OCI와 부광약품은 향후 중요한 경영상 결정에 대해 상호 협의하는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종산업에서의 제약·바이오 기업 M&A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GS그룹 컨소시엄의 휴젤 인수합병이 가장 대표적이다. 당시 GS그룹 컨소시엄은 제약업계 최대 매각 규모(1조7000억원)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GS그룹이 당초 계획보다 투자금을 확대, 휴젤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GS그룹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같은해 철강산업을 영위하고 대부업체인 리드코프를 핵심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엠투엔도 신약개발사인 신라젠을 품었다. 이미 거래정지 된 신라젠을 인수한 이유는 이들의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글로벌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복제약 위주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M&A 불모지라고 불렸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M&A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을 보유하고 있고, 1조원 규모의 중소형 인수합병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종산업에서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는 "제약·바이오의 가치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자금이 넘쳐나는 이종산업들의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M&A 사례가 늘어나면서 향후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가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투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국과 일본 헬스케어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에는 M&A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혁신, 규모의 경제 실현, 포트폴리오 재편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화이자와 길리어드, 영국의 GSK, 이스라엘의 테바, 일본의 다케다 등 세계적 빅파마들은 지속적이고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내의 경우 아직 M&A 초입 단계지만 이런 M&A 사례들이 쌓이면 글로벌 빅파마 탄생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