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동화면세점이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아킬레스건이 될지 주목된다. 

김기병 회장이 호텔신라 측과 동화면세점 지분 문제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고 재판 결과에 따라 한창 상승세인 회사 운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과 호텔신라간 동화면세점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양 측은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여전히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 2013년 김기병 회장이 가지고 있던 동화면세점 주식 19.9%를 600억원에 매입했다.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롯데관광개발의 용산개발사업 부실 해결을 위해 자금을 융통해줬던 것이다. 하지만 2016년 김 회장이 이를 상환할 수 없다며 담보로 설정돼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가져가라고 요구한 데 따라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호텔신라가 김 회장 요구대로 동화면세점 지분 30.2%를 받으면 지분율이 50.1%로 상승해 이 회사 경영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텔신라는 현금상환을 요구했고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상 대기업 면세사업자(호텔신라)는 중소·중견 면세점(동화면세점) 운영을 할 수 없다. 또한 악화될 대로 악화된 동화면세점을 품에 안기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화면세점은 2016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이후 지난해까지 800억원 이상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부터는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호텔신라 입장에선 동화면세점 지분을 받을 경우 곧바로 매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악화된 업황 속에서 여의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재판 흐름은 팽팽하다. 1심은 호텔신라가 승소했고 2심은 김 회장의 승소로 끝났다. 2심 결과에 불복한 호텔신라의 상고로 현재 사건은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태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패소할 경우 수백억원의 자금 지출은 물론 적자에 허덕이는 동화면세점 운영 부담감까지 짊어져야 한다. 더욱이 동화면세점의 경우 면세점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불리는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을 잡기 위한 송객수수료 경쟁도 포기했다. 심지어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뷔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 핵심 매장들도 잇따라 빠지면서 경영 여건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동화면세점이 최근 김 회장이 이끄는 롯데관광개발의 경영정상화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오픈한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제주복합리조트)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첫 월 흑자를 달성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지만 자칫 색 바랜 성과가 될 수도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동화면세점에 신경을 쓰기도 벅찬 상황이다. 당장 실적만 봐도 롯데관광개발의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302억원, 1993억원으로 전년대비(-714억, -820억) 두배 가량 악화됐다.

이는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본격 운영에 따라 매출이 확대됐지만 인력 확충 및 자금 조달 등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한 투자로 비용 증가가 이어진 탓이다. 지난해 초 동화면세점에 향후 5년간 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면세점보다는 제주복합리조트 등을 통한 카지노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동화면세점을 빨리 털어 내려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며 "곧 있을 대법원 판결이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