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유니온약품은 오천주유소 부지를 보유한 코람코오천프로젝트금융투자(오천PFV)의 주식 100%를 인수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이사회를 열어 오천PFV의 이사진을 유니온약품측 인사로 교체했다. 

대표이사는 서유진씨가 맡았으며 기타비상무이사는 각각 안희정씨와 안병노씨, 감사는 안병화씨가 선임됐다. 이들은 유니온약품의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의 친인척이다. 오천PFV의 본사 소재지도 유니온약품이 소유한 부암동의 서울미술관 별관으로 이동시켰다.

유니온약품은 병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의약품도매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계열사로 서울유니온약품과 대전유니온약품, 인천유니온약품 등을 거느리고 있다. 

유니온약품이 출자한 퍼시픽제2호 전문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를 통해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테헤란빌딩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상반기 이곳을 매각하기도 했다. 테헤란빌딩 매각 자금을 이번 오천주유소 부지 매입 자금에 투입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오천주유소 부지 인수 주체가 안병광 회장인지, 유니온약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천PFV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71-8과 71-9에 위치한 오천주유소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이곳은 본래 SK네트웍스가 직영 주유소로 운영하다가 2019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했다. 

이후 코람코자산신탁이 오천PFV를 만들어 오천주유소 부지를 인수한 뒤 재개발을 시도했지만 최근 서울 땅값이 급등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여러 주주들과 대주단들이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천PFV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을 비롯해 KT&G(케이티앤지), 부동산개발사인 시티코어 등이 주주로 들어가 있다. 

그동안 매각주관사를 선정하지 않고 별도의 입찰 없이 수의계약 형태로 매각을 진행해왔다. 유니온약품과 빗썸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매입 경쟁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는 시장의 예상대로 2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지면적이 약 2850㎡(약 860평)인 것을 감안하면 3.3㎡당 2억5000만~2억6000만원 수준이다. 당초 3.3㎡당 1억9000만원이 거론됐지만 이후 경쟁이 과열되면서 3.3㎡당 6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최종 승자가 된 유니온약품은 이곳을 자사의 본사 사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부동산개발 업계 관계자는 "3.3㎡당 2억3000만원이 넘어가면 오피스텔 등으로 개발을 해도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는다"며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는 것 말고는 활용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의 특이점은 유니온약품이 오천주유소 부지를 자산양수도 형태로 넘겨받는 것이 아닌, 오천주유소 부지를 보유한 오천PFV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 등 세금을 아낄 수 있고 오천PFV가 진행 중이던 개발사업의 인허가 과정을 다시 거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PFV 지분을 거래하는 것은 흔치 않긴 하지만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니온약품 측은 오천주유소 부지를 인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유니온약품 관계자는 "오천주유소 부지 인수를 추진하긴 했지만 여러 사안을 고려해 인수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