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국내 16위권대의 중견운용사인 KTB자산운용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 23년간 애용해 온 'KTB'의 간판을 떼고 '다올자산운용'으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사명 교체를 통해 제2의 창업에 나서는 KTB운용을 이끌 첫 수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회사 안팎에서는 김태우 대표(사진)를 중심으로 한 현행 체제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사명을 다올자산운용으로 변경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KTB자산운용의 사명이 바뀌는 건 지난 1999년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명 변경은 지난해 KTB금융그룹 회장직에 오른 이병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전해진다. KTB운용 뿐 아니라 KTB투자증권, KTB네트워크 등을 포함한 KTB금융그룹 전체에 적용될 '다올'(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은 이 회장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에 자신의 첫 회사인 '다올부동산신탁'이란 이름의 신탁사를 설립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현직 CEO인 김태우 대표의 임기가 이달을 끝으로 종료됨에 따라, 23일 예정된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선임 승인의 건'도 함께 다뤄진다. 다올운용으로 새 출발하게 되는 KTB운용의 첫 단추를 꿰는 중책을 맡게 될 인물이 바뀔 여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지난 6년간 KTB운용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만큼 '다올운용 1호 수장'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피델리티에서 한국 주식투자부문 대표를 맡아 오다 2016년 KTB운용 수장으로 발탁된 김 대표는 2019년 연임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1조70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딜을 성사시킨 것과 더불어 '4차산업1등주', '중국1등주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의 공모펀드를 연달아 히트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재선임 됐다. 

임기 2기째(2019년~2021년)에 거둔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2019년 304억원 규모이던 영업수익을 2020년 350억원, 2021년 438억원으로 연달아 갱신했다. 특히 지난해 거둔 438억원의 영업수익은 일회성 이슈(여의도 SK증권 빌딩 매각) 덕분에 46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던 2018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실적이다. 임기 1기(2016년~2018년) 동안 10조원대에 정체돼 있던 운용자산(AUM)을 지난 3년에 걸쳐 17조원 규모로 끌어올린 덕분이다.

KTB운용의 성과는 운용사에 떨어지는 실익이 적은 채권자산이나 MMF(머니마켓펀드)로 몸집을 불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KTB운용의 실적 상승을 이끈 주역은 고보수 상품으로 분류되는 주식형과 EMP(ETF 자산배분) 상품이다. 대표적으로 'VIP스타셀렉션증권자투자신탁[주식]'과 'KTB글로벌EMP증권모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이 꼽히는데, 이들 상품의 운용보수율은 6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 수준으로 40bp 안팎인 채권형 보다 높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모기업인 KTB투자증권 보다 하루 이른 이달 23일 사명변경과 대표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다루기 위한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지난 6년간 김태우 대표 체제 아래서 회사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뿐 아니라 대체투자 부문까지 고르게 성장하며 종합운용사로서의 면모를 강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