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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동물복지인가
이현서 반려동물 전문기자
2022.03.15 08:06:46

[이현서 반려동물 전문기자] 비둘기가 사람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삶을 산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가진 능력과 한계를 비춰볼 때 비둘기 입장에선 남부럽잖은 삶일 지도 모른다. 사람 입장에서야 최소한의 복지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으나 비둘기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는 없어 보이고 그에 대한 논의도 아직은 없다.

셸리 케이건은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라는 저서에서 사람과 동물에게 허락된 삶이 다르다는 관점을 피력한다. 셸리 케이건은 예일대 철학과 교수이자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저자다. 그는 사람과 동물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단일주의'를 경계한다. 도리어 '계층주의'를 옹호한다. 그는 '어떤 존재'가 누릴 수 있는 '남부럽잖은 삶' 혹은 '충분히 괜찮은 삶'에 대해 질문하며 존재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동물과 동물 사이에서 삶의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각각의 정신세계가 경험하는 정교함과 복잡성의 차이, 가능한 인지적 종류라는 측면에서의 차이, 가능한 감성적 반응의 형태와 깊이에서의 차이 때문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p140:12~15)'


농경사회를 살아가던 이들에게 동물이란 철저히 계층주의에 입각한 '대상'에 불과했다. 소를 애지중지하고 자식처럼 키웠던 이유는 소가 트랙터와 같은 존재로 최고의 '농사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키우는 과정에서 정이 들어 그 최고의 일꾼이 노쇠해져 도축장에 끌려갈 때는 소도 주인도 울었다. 개도 마찬가지다. 과거 개는 집을 지켜주는 파수꾼이었다. 도둑이 들지 않게 경계해주는 경비병이었다. 개는 그래서 집 안에서 키우지 않았고, 추운 겨울이건 더운 여름이건 집 밖에서 살아야 했다. 사료가 없던 시절, 개밥은 사람들이 먹다 남은 밥과 찬을 뒤섞은 '개밥'이었다. 이제는 시골에서조차 점차 사라져 가는 풍경이다.


반려동물 사육인구 1500만명 시대에 들어선 지금의 우리들은 '펫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tion)'을 말한다. 반려동물의 인간화다. 가축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 집에서 키우는 동물에 대해서는 인간에 준하는 대우와 복지를 제공한다는 취지의 움직임이다. 펫휴머나이제이션은 상업논리와 결합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대기업들도 펫과 연관된 제품을 내놓고 있고, 반려동물 IT 솔루션 업체와 스타트업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애견호텔, 애견카페를 지나 애견유치원도 늘어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앞다퉈 수 백 억 원대의 애견테마파크를 짓는다고 한다. 이러한 시류에 대한민국 반려동물 시장은 지난해 3조4000억원, 2027년에는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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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편리한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반려동물의 복지를 봤을 때 인간의 기준으론 분명 나아지고 있다. 인간처럼 먹고, 인간처럼 옷을 입고, 인간처럼 화장실에 가며, 4계절 쾌적한 환경에서 잠을 자고, 스파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호텔도 간다. 이는 동물과 인간을 대등하게 바라본 '단일주의' 관점의 현상이다. 그런데 과연 반려동물의 관점에선 '충분'한 삶일까. 반려동물의 복지 수준은 해당 개체의 수준에 맞는 것일까.


다시 과거로 회귀해 '개밥'을 먹이고 마당에 목줄로 개를 묶어두자는 주장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서열을 매겨 동물을 종속시키자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동물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방법들이 진정으로 동물을 위한 것이냐의 질문이다. 어떤 개체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 우리는 이를 자연 생태계라 말한다. 그 가운데 질서가 생기고 본연의 삶의 방식이 나타난다. 그리고 조금 더럽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 개체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는 것이 해당 개체 관점에서의 '복지'일 수도 있다. 산업의 발전 방향은 편리성을 추구하기 마련이지만, 반려동물 산업의 경우 종의 특수성이 더해진다. 개체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산업 분야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에 관한 정책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인간의 관점에서 개, 고양이의 놀이공원을 만든다고 개, 고양이가 좋아하는가.


최근 개봉작 '피그'에서 본 돼지의 삶은 펫휴머나이제이션과는 거리가 먼 삶이다. 숲 속에서 주인과 사는 돼지는 세계 3대 진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송로버섯을 잘 찾는 돼지로 '노동'을 한다. 한 밤중 코요테가 울어도 주인은 집 안으로 들이지 않는다. 요리사 출신의 주인이 요리해준 버섯요리를 맛보긴 하지만 주인이 먹는 요리와 돼지의 요리는 분명히 구분된다. 이렇게 살아간다고 해서 이 돼지의 삶이 덜 행복한가. 일명 '트러플 피그(truffle pig)'가 사라져 이 돼지를 주인공인 롭(니콜라스 케이지 분)이 찾아나가는 여정을 다룬 영화 피그는 결국 "I love her(pig)!"라고 말하는 롭의 고백에 모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에게 쾌적함을 제공하지는 않는지. 동물과 인간을 대등하게 보는 관점이 진정으로 동물을 위한 길인지. 누구를 위한 동물 복지인지 한 발 떨어져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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