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심두보, 노우진, 김나연, 정혜민 기자] 강대국 간 갈등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러시아와 미국 간 반목은 수많은 외부효과를 불러왔어요. 서구권 기업은 러시아 사업에서 철수해야만 했어요. 석유 등 수많은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고, 전 세계의 제조기업은 비용 문제에 직면하게 됐어요. 원가 상승은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겨루기도 마찬가지예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불공정 무역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중국에 대해 무역장벽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이에 중국 정부는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며 비판했죠. 이후에도 두 거대 국가는 서로를 견제해 왔고,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중국 기업은 두 정부 모두의 눈치를 봐야만 했어요.

광범위한 범위에 영향을 주는 정치 리스크는 때론 빠르게 해소되기도 하는데요. 고위급의 결단에 따라 그 방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에요. 오늘은 중국에서 나온 긍정적인 신호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한발 물러선 베이징, 로켓 탄 중국 기업 주가

무슨 일이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 상장 기업은 어두운 터널에 있었습니다. 중국과 미국 간 갈등, 중국의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중국 기업의 주가를 오랫동안 옥죄었죠.

그런데 중국 규제당국의 짧은 입장 표명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금융안정개발위원회(Financial Stability and Development Committee)의 회의에서 "정부 부처는 시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된다"는 발언이 나온 거죠. 16일(현지시간)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해외 상장 기업도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증시 관련 협의도 긍정적인 진전을 이뤘습니다. 양국이 구체적인 협력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거죠.

자본시장의 안정 확보, 해외 주식 상장 지원, 부동산 개발 기업 위험 해결, 빅테크 단속 조기 종결 등에 대한 내용이 공개되며 중국 증시에 훈풍이 불었습니다.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선 공개되지 않았지만요.

그래서?

중국 빅테크의 미국 상장 폐지 위험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어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회계감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국에 상장된 5개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의견거절을 결정했어요.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외국 규제기관의 관리 감독 강화는 존중하지만, 이 같은 절차의 정치화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중국 매체를 통해 전했죠.

지난해 디디 글로벌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폐지하고 홍콩에 재상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그러나 디디 글로벌은 중국 내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며 홍콩 상장 작업도 중단했었죠. 이외의 다른 중국 기업도 미국 증시에서 간판을 내릴 것이란 추정이 이어져 왔습니다.

주가는 어때?

미국에 주식을 상장한 중국 기업의 주가는 로켓처럼 치솟았어요. 알리바바 그룹과 징동닷컴 주가는 각각 36.35%와 39.36% 상승한 104.73달러와 64.08달러로 장을 마감했어요. 니오(25.65%)와 핀뚜어뚜어(56.06%), 바이두(39.2%)의 주가도 급등했어요. 뉴욕 증시 상장 폐지를 추진했던 디디 글로벌의 주가도 41.67%나 올랐어요. 이들 기업의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 혹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중국 규제당국의 기류가 바뀌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도 크게 바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이브리드 강자' 혼다, 북미 노린다

무슨 일이지?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가 온타리오 공장 업그레이드를 위해 향후 6년간 10억 900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SUV 생산을 위해서입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혼다는 공장 확장을 위해 캐나다와 온타리오 정부로부터 약 1억 달러를 지원받을 예정이며 수천 개의 일자리가 확보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혼다는 최근 친환경 자동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혼다는 앞서 일본의 IT기업 소니와 손을 잡고 전기차 개발과 판매를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합작회사는 2025년 첫 모델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죠.

이처럼 혼다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최근 탄소중립이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며 친환경 자동차 수요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기차 기업은 물론 완성차업체도 앞다퉈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죠. 혼다 역시 오는 2040년까지 친환경 자동차가 전체 판매의 100%를 차지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사실 혼다는 발 빠르게 전기차 사업 전환에 나선 포드나 제너럴모터스, 토요타에 비해 뒤처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토요타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양분한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죠. 때문에 전기차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선택한 겁니다. 이번 공장 업그레이드 역시 이 전략의 일환이에요. 혼다가 이번 투자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주가는 어때?

혼다 주가는 16일(현지시간) 전일대비 4.18% 상승한 28.2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혼다 주가는 15일 장 마감 직전 급등했고 16일 장이 열린 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장 마감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3% 넘게 급락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구독자 늘리려는 넷플릭스

무슨 일이지?

16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추가금을 내면 가족 구성원 이외의 사람들과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플랜 이용자는 가족 구성원 외의 인원을 두 명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 넷플릭스는 모든 구독자(베이직, 스탠더드, 프리미엄 플랜)가 사용자 데이터를 새로운 계정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두 서비스는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추후 전 세계로 서비스 제공을 확대할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이번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로 기존 계정 공유 정책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어요. 현재 넷플릭스 정책은 함께 거주하는 이들 간 계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들이 가족 구성원이 아닌 이들과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이런 현상은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 증가세에 영향을 미치게 돼요.

실제로 구독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넷플릭스는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넷플릭스는 1분기 구독자 수가 250만 명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놨는데요,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590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였습니다. 이번 넷플릭스가 시범 운용을 시작한 서비스들은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죠.

주가는 어때?

16일(현지시간) 넷플릭스의 주가는 4.01% 오른 357.53달러에 장을 마감했어요. 하지만 이번 서비스 시범 운영 발표가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에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하락했던 기술주 종목 전반이 오르면서 넷플릭스 또한 함께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40.15% 하락했습니다. 한때 700달러를 호가하던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는데요. 넷플릭스가 성장세 둔화를 이겨낼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