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망 사용료'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법정 공방이 2차전에 돌입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네트워크 기술인 '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OCA)'를 활용해 데이터 폭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를 꺼내 들었다. SK브로드밴드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넷플릭스와 데이터 증가에 따른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항소심 1차 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지급 요구를 거부하며 지난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에 나선 넷플릭스는 '콘텐츠 전송 의무는 통신사업자에게 있다', '망중립성 원칙은 인터넷 사용이 무료' 등의 주장을 펼쳤던 1심과 달리 OCA를 통한 '상호무정산'을 새로운 논리로 내세웠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SK브로드밴드가 OCA 설치를 통해 트래픽 증가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굳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지출하고 그 부담을 자사에 떠넘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OCA는 넷플릭스가 개발한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으로 데이터 전송량을 줄이기 위해 복제 서버를 통신사와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을 일컫는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1년부터 약 1조2000억원을 들여 전 세계 142개국에 OCA를 구축했다. 데이터 전송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 투자로 망 사용료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OCA 설치 주장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OCA는 넷플릭스의 시스템 내부에 내재화한 CDN에 불과하고, OCA를 국내 망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CDN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내망 이용료 및 전기 사용료 등을 지불해야 한다"며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물론 페이스북,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해외 CP들도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OCA 설치를 통해 국제구간 트래픽 감소로 국제망 증설 및 관리 비용이 줄어들더라도, 이는 넷플릭스의 이익에 불과하다"며 "OCA 분산 설치로 트래픽이 감소해도 감소된 트래픽을 기준으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와 다른 넷플릭스의 이중적 태도도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해외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OCA를 연동한 컴캐스트를 비롯해 버라이즌, AT&T, 타임워너케이블(TWC) 등에 착신망 이용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8일 2차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망 연결 방식과 증거자료 제출 등 기술적 쟁점을 두고 양사의 변론을 듣는다.

관련 업계는 이번 소송전에서 SK브로드밴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통신 업계 흐름이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망 투자 분담을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이달 초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CP들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K브로드밴드가 승소할 경우 넷플릭스뿐 아니라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망 사용료 지급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