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체리부로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간신히 적자 신세를 벗어났으나 안팎으로 상황이 여전히 좋지 못한 까닭이다. 최근에는 과징금까지 부과받으면서 부침을 겪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체리부로는 지난해 영업이익 21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6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순손실은 472억원에서 98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체리부로는 이 같은 실적에 대해 9억9000만원 규모의 자회사 '체리푸드' 자산손상환입을 반영함과 동시에 전년 대비 생계 시세 및 판매단가 상승효과 덕을 톡톡히 본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3월 17일 대형 기준 kg당 1790원이었던 생계 시세는 1년 만에 2490원으로 상승했다.

체리부로는 이번 생계 시세 상승을 시작으로 회사정상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간 생계 공급과잉에 따른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온 까닭이다.  육계 사업부문이 체리부로의 전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무게감도 다르다. 지난해 3분기만 하더라도 체리부로의 전체 매출중 육계 사업부문이 차지한 비중만 77.6%였다. 부진한 생계 시세에 따라 육계 단가도 떨어지면 체리부로의 수익성 역시 하락하는 구조인 셈이다.

2018년만 해도 공급과잉 문제로 체리부로는 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이후 2019년 145억원 2020년 257억원의 적자를 내며 뒷걸음질 쳤다. 이렇다 보니 2018년 1344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1593억원으로 불었고, 부채비율은 165%에서 329.6%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계시세 상승이 이어지면서 한숨 돌렸으나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어수선한 업황 속 경쟁은 예전보다 더 심화되고 있고 지금까지 누적된 손실 보전은커녕 출혈 경쟁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우려에서다. 

생계시세에 대한 변수가 다양한 만큼 리스크 역시 크다. 체리부로가 아직 비중은 낮지만 자회사 체리푸드와 델리퀸을 통해 가정간편식(HMR)사업 등 신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점도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체리부로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시장을 고부가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신사업으로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등 악재는 암초로 작용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체리부로를 포함해 육계 업체들의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이들이 2005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7월 27일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생산량,출고량과 육계 생계의 구매량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체리부로만 18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업체들에게 총 1758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체리부로 입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공정위로부터 한차례 삼계육 담합 혐의로 36억원의 과징금까지 얻어맞은 상황과 맞물려 더욱 곤혹스러워졌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육계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공정위 제재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며 "시세상승도 마냥 좋다고만 볼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호재일 수 있으나 결국 소수 대형 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한편 수입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