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라이나생명보험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도 자본 확충 부담을 덜 전망이다. 판매채널이 텔레마케팅(전화 판매·TM) 조직 위주로 구성돼 치아보험,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한 까닭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라이나생명의 당기순이익은 2331억원으로 전년대비 34.8%포인트 감소했다. 보험해약증가로 신계약비상각비가 늘어나 보험영업이익이 감소한 데 이어 적립해야 하는 책임준비금도 커지면서 순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라이나생명의 보유계약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28조6969억원으로 2020년 말과 비교해 2.7%포인트 줄어들었다. 보험사는 계약을 모집할 때 사용한 신계약비를 일정기간 이연한 뒤 상각해 순차적으로 비용 처리한다. 중도에 계약이 해지되면 이연되던 신계약비는 일시에 비용으로 반영된다. 이에 라이나생명의 신계약비상각비는 3732억원으로 24.3%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 책임준비금 전입액도 3조1484억원으로 9.6%포인트 늘어났다. 수입보험료보다 책임준비금 전입액 비율이 높은 상품의 보유계약이 증가하면서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에게 약속한 보험금, 해지환급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료의 일부를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한다. 만약 쌓아둔 책임준비금이 회계장부 작성 시점에 산정한 액수보다 적다면 추가로 적립하고 많으면 환입하는 구조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 감소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신계약비상각비와 책임준비금을 꼽을 수 있다"며 "아직 매각위로금은 지급되지 않았으며 향후 실적에 반영되더라도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험부채 구조상 추가적인 자본부담은 여전히 낮을 전망이다. 라이나생명의 보유계약 가운데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물량은 99%에 달한다.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K-ICS 등 신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는 보험부채(보험금)을 원가가 아닌 회계장부 작성 시점의 할인율(금리)로 평가해 책임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저축성 보험은 예정이율이나 최저보증이율 등 미래의 일정한 금리를 보장하는 만큼 추가적인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크다. 

주요 판매채널이 TM조직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보장성보험 중에서도 치아보험, 암보험 등 상품구조가 간단한 보험계약을 다수 취급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료 할증이 가능한 갱신형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위험률차이익(사차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적다. 

현재 진행 중인 TM채널 분리가 끝나면 영업효율도 제고할 수 있다. 라이나생명은 약 4000여명 규모의 TM설계사를 연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라이나금융서비스로 이관할 계획이다. 이때 라이나금융서비스는 대면조직을 매각한 뒤 TM판매자회사로 전환된다.

일각에서는 영업력 유지를 위해 TM채널 분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보험 모집 수수료를 제한하는 1200%룰을 비대면 채널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1200%룰이란 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이 체결한 계약의 월 보험료를 기준으로 1년간 받을 수 있는 수수료 총량 상한선을 1200%로 제한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