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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펀드만도 못한 산불대책
딜사이트 민석기 산업부장
2022.03.23 15:05:13
산불예방도 결국 심오한 투자 영역…발상의 전환 필요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2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민석기 산업부장] 오호통재라.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데, 왜 정부는 근본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걸까. 최근 벌어진 초대형 산불 사고를 또 다시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행태를 국가가 지속하고 있으니, 안타까움을 넘어 이젠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이번 산불 영향 구역은 울진·삼척을 합쳐 2만923㏊와 비슷한 시기에 산불이 난 강릉·동해 일대(4000㏊)를 합하면 피해 지역이 서울 면적의 41.2%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역대 최장(213시간)이란 불명예 기록까지 보태졌다.


사실 이번 산불은 몇 가지 기초 사실만 꺼내봐도 아주 쉽게 예견하고 예방도 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본적으로 그동안 산불은 3월부터 시작해 4~5월까지 이어진 데다, 이번 겨울철은 극도로 건조해진 만큼 올해는 시기적으로 각별히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왜냐 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수량이 13.3㎜로 평년 대비 14.6%에 불과해 1973년 이후 최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정도면 산불 위험성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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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정부는 올해 2월부터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모조리 가동해 산불 예방에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뚜렷한 예방 대책이나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니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2019년 4월 24일의 일이다. 강원 산불이 불과 20여일 전 크게 터진 직후였다. 그날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산불 예방과 미세먼지 대책 등 국민안전에 2조20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다는 추경예산안을 발표했다. 특히 산불을 계기로 예방·진화인력 확충과 첨단 진화장비 보강 등에 940억원이나 책정했다.


산불 특수진화대 인력은 기존 300명에서 435명으로, 예방 진화대 활동기간도 5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강풍·야간에도 기동 가능한 헬기를 도입하고, 개인진화장비와 방염안전장비도 신규보급하기로 했다.


산불을 예방하겠다고 수십년 동안 쏟아부은 국민혈세는 도대체 어디로 갔기에, 국민들이 매년 마음 졸여가며 초대형 산불 사고를 빅이벤트(?)처럼 지켜봐야 하는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이다.


차라리 그 엄청난 예산으로 '염소 펀드'를 만들어 염소떼를 산불 소방 전문요원으로 투입할 준비를 미리 했더라면 산불 피해가 덜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뜬금 없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전혀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19년 건조한 날씨 때문에 대형 산불이 잦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마을 소방서가 염소 1200마리를 소방대원으로 고용해 도심 산림지역에 풀어놓았는데,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바짝 마른 덤불이나 잡초가 산불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데, 이 염소떼가 하루 1t 가량을 먹어치우면서 마을 전체가 산불 위험에서 어느 정도 안전해졌다. 실제 전문가들도 염소가 사람이나 기계보다 경사진 곳에 대한 접근성도 뛰어나 산불 진압에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농협중앙회 100억원 등 산불이 터진 후에 기업이나 단체들이 이번에 부랴부랴 내놓은 성금만 모아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만큼, 정부 예산에 민간 성금을 모두 합하면 엄청난 규모의 산불예방 펀드, 즉 염소펀드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에 다다른다. 물론 역발상도 필요하다. 소 잃은 다음에야 외양간 고치겠다고 해오던 현행 성금 전달 방식을 다음부터는 염소펀드에 미리 내는 것이다.


벤처기업이 죽지 않고 버텨가며 결국 성공하기까지 풀 스토리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결국 외부에서 끊임없이 투자금을 끌어들여야 하는 원리와 같다. 산불 예방의 성패도 결국 투자의 영역과 일맥상통한다. 정부가 일찌감치 염소펀드를 만들어 산불 예방에 필요한 혁신적 기술지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면 작금의 사태는 맞이하지 않았을까.


염소펀드는 실제 염소가 아닌, 대형 산불을 막을 항구적 대책을 의미한다. 곧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기후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우리나라 산림구조에 대한 혁신적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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