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3000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차입하는 등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관련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외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HDC현산의 설명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여파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이번 단기차입과 연관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3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받기로 결정했다. 2020년 HDC현산 자기자본(2조7430억원)의 10.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번 단기차입으로 HDC현산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6600억원에서 9600억원으로 증가한다. 기타 차입금 173억원을 합치면 총 9773억원이다.

HDC현산은 "이번 단기차입의 목적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영향도 있지만 국내외 기준금리 상승 기조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HDC현산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연이자율을 낮추며 단기로 차입을 진행했다. 2018년 단기차입금은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운용자금 목적으로 대출받은 1900억원, 건설공제조합에서 대출받은 173억원을 더해 총 2073억원이다. 금리는 국민은행 등에서 받은 단기차입금의 경우 연 2.97~3.51%, 건설공제조합의 경우 연 1.4%다.

2019년 HDC현산이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단기차입금은 2144억원으로 12.84% 증가했다. 이자율은 연 2.54~3.42%로 다소 낮아졌다. 2020년에는 HDC현산의 금융기관 단기차입금이 815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자율은 연 1.83~3.04%로 다시 낮아졌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국내외 기준금리가 연 1%대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HDC현산의 금융기관 단기차입금 이자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융기관 단기차입금이 8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5.55% 증가했고 연이자율은 2.35~3.06%로 50bp 가량 상승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이번에 단기차입한 자금의 연이자율도 기존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며 "조달금리 추가 상승을 대비하고 보다 적은 금융비용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차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 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의 여파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단기차입 결정에 미친 영향은 적다"고 덧붙였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HDC 현산이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여파를 가볍게 여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HDC현산은 지난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1년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 면허 등록 말소 처벌이 유력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8억4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영업정지로 인한 수주 역량 약화, 유동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필 이 시기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단기차입이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영업정지 등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 등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서둘러 차입금을 늘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HDC현산이 앞으로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고려할 수 있어 향후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