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대교가 수익성 향상 기대감을 갖고 자산화 해 온 연구개발(R&D) 비용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자산가치가 훼손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의 성장 기대감도 꺾고 있어서다.

2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2020년 초 156억원에 달했던 대교의 자산화 된 개발비 규모가 작년 말 0원이 됐다. 무형자산에 적용되는 감가상각비와 함께 자산화 시켜 놓은 개발비에 136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가한 결과다. 손상은 써밋 및 눈높이스쿨수학 등 학습지와 초등교과서, 전집 브랜드 소빅스 등 대교 교육서비스부문에 집중됐다.

자산화 된 개발비란 R&D 지출 과정에서 미래에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것을 말한다. 자산화 조건에는 ▲무형자산을 사용·판매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기술적 완성도 및 기업의 의도 ▲경제적 이익 창출방안 증명 등이 있다.

개발비는 최초 자산으로 인식된 시점에선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비용이 단순 지출에 끝나지 않고 자산이 된 터라 사업기반이 탄탄해지는 효과가 있고 실적개선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교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2000년대부터 중반부터 실적이 꺾인 터라 R&D 결과물이 중요하기도 했다.

문제는 자산화 된 개발비에 차손이 날 경우 이러한 긍정적 요인이 역풍으로 돌변한단 점이다. 우선 손상차손이 가해진 자산은 대교 재무제표상의 자산항목을 감소시키고 손익계산서에는 영업외비용에 반영됐다. 이는 지난해 개별기준 186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대교의 순손실이 467억원에 달하는 데 한몫 했다.

대교 교육사업부문의 경쟁력 약화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졌단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통상 손상차손은 회사의 영업성과, 영구성장률, 할인율 등의 지표로 회수가능액(장부가 대비 미래가치)을 산출해 반영된다. 차손이 반영된 자산은 이듬해 감가상각비 감소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회사의 미래 실적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교 감사법인인 삼일회계가 교육사업부문 개발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데는 2019년 말 3.79%에 불과했던 해당 자산의 할인율이 2년 새 13.2%까지 치솟았다고 가정한 영향이 컸다. 할인율은 미래가치를 현재로 환산할 때 주로 사용되는 지표로 이 수치가 커질수록 해당 자산가치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보유한 R&D자산이 사실상 소멸했고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단 점에서 대교는 기존 주력이었던 학습지·교과서사업에서 온전한 반등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교가 에듀테크(교육·ICT 융합 모델)에 집중하는 한편 시니어사업을 적극 육성키로 한 것 역시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향후 실적과 관련해 대교 측은 "가계 소득수준 상승 및 높은 교육열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의 교육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사가 진행해 온 콘텐츠 확보 및 디지털학습 플랫폼으로의 전환 및 고도화, 인수합병(M&A) 등에 따른 사업확장 및 브랜드가치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