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 회장 손 들어준 산은...이변은 없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3일 서울 중구 소재 남대문로 한진빌딩 대강당에서 제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번 주총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KCGI가 낸 '주주제안'이었다.

KCGI가 앞서 내놓은 주주제안은 ▲전자투표 도입 ▲이사 자격 기준 강화 ▲사외이사 후보 제안 등 세가지다. 특히 주주 제안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이사 자격 기준 강화' 안건이다. 해당 안건은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실형 확정판결을 받은 자를 이사직에 둘 수 없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향후 조현민 사장이 사내이사로 진입할 수 없도록 KCGI가 조원태 사장에게 던진 핵심 견제구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날 KCGI가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처리 됐다. 또 KCGI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선임 안건도 찬성 25%, 반대 56%로 부결되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는 성공했다. 

조 회장이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산업은행의 조력이 큰 몫을 했다. 당초 조 회장의 한진칼 우호지분은 KCGI의 우호 지분보다 낮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KCGI의 우호지분은 대호개발(반도건설) 17.02%, 조현아 전 부사장 2.06% 등이다. KCGI의 지분 17.41%를 포함해 총 36.49%이다. 

조 회장 측은 델타항공(13.21%)을 포함해 32.08% 가량이다. KCGI 우호지분 대비 대비 약 4%포인트 부족했으나, 지분 10.58%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판을 뒤집은 것이다. 

◆ 조원태 체제 굳건...KCGI 엑시트 '주목'

조 회장이 이번 표 대결에서 압승하면서 조 회장 체제도 더 굳건해지게 됐다. 

눈 길을 끄는 부분은 KCGI의 향후 거취다. KCGI는 이미 2년 전에도 조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쓴 맛을 본 상태다. 당시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 해임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번 주주제안 또한 수포로 돌아가면서 KCGI의 입지는 앞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일각에서 KCGI의 엑시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시기도 적절하다. KCGI의 한진칼 펀드 만기 시점이 이달 말까지다. 투자자들의 동의를 통해 2년 연장이 가능하지만, KCGI로서는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의 본목적이 수익실현을 내는 사모펀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에서 자금 회수에 나서도 충분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KCGI의 한진칼 평균 매입단가는 3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한진칼 주식은 1주당 약 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 주가대로라면, KCGI의 한진칼 지분의 투자 수익률은 약 96%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