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조200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삼성물산, 삼성전자뿐 아니라 김태한 이사회 의장(사진)도 참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태한 의장은 지난 16일 1086주의 신주인수권 증서를 입고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창립 당시부터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회사를 이끌면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의장은 2020년 1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후임 육성을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의장은 2020년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되고, 같은 해 10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를 당했다.
김 의장이 해당 신주인수권 증서를 통해 타인에게 양도할지, 이번 유증에 참여할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주인수권 거래는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가능하다. 신주발행가액은 63만9000원으로 전일 주가(83만6000원)보다 23.6% 낮은 상황이다.
김 의장이 이번 유증에 참여한다면 지난해부터 꾸준히 줄여왔던 지분이 다소나마 증가하게 된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7회에 걸쳐 251억원어치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초 4만5000주(0.07%)에 달했던 주식수가 7월 27일 기준으로 1만6400주(0.02%)까지 줄었다.
올해에도 김 의장은 자녀인 유빈 씨에게 300주를 증여했고, 지난 14일 1000주를 주당 78만2606원에 장내 매도하면서 지분이 1만5100주(0.02%)로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지난 14일까지 장내매도한 주식 처분액수는 259억원에 이른다. 이번에 신주인수권을 통해 유증에 참여하면 1086주가 늘면서 지분이 1만6186주(0.02%)로 증가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 차원이 아니라 임직원 개인 판단하에 결정한 부분이라 따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유증 참여 여부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이사회를 통해 3조2008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 중 1조2024억원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투자한다.
나머지 재원은 대부분 시설투자에 활용한다. 내년까지 완공 예정인 인천 송도지구 4공장 건설에 약 9000억원,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 매입에 약 4260억원, 차세대 백신 및 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 구축에 약 3000억원, 기타 유지보수에 2000억원 등이 투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2대 주주인 삼성전자는 이번 유증을 통해 각각 190만4239주, 138만477주를 취득한다. 증자 전후로 삼성물산의 지분율은 43.44%→43.06%, 삼성전자는 31.49%→31.22%로 큰 폭으로 변동하진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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