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이 6연임에 성공, 한 회사 대표이사로만 20년의 임기를 채울 전망이다. 취임 이후부터 매년 최대 실적을 갱신해 오는 등 탁월한 경영능력이 뒷받침 된 결과다.

LG생활건강은 28일 LG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제2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변경 ▲사내·외 이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처리했다.

차 부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안건 가결로 2025년 정기주총까지 회사를 이끌게 됐다. LG그룹 차원의 연말 정기임원인사 정도의 이슈만 없다면 2005년 처음으로 수장에 선임된 후 20년간 한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맡는 셈이다.

차석용 부회장이 장수 CEO에 오른 덴 취임 이후 매년 눈길끄는 성적표를 받아온 덕분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올린 매출, 영업이익은 각각 8조915억원, 1조2896억원이다. 이는 차 부회장이 처음 회사에 영입된 2005년과 비교해 매출은 678.6%, 1699% 각각 증가한 액수다. 특히 이 기간 LG생활건강의 연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19.8%로 매년 외환위기 시절 금리에 버금가는 이익성장을 거뒀다. 

이러한 성과는 고가화장품 판매 확대로 ▲미국발 금융위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한 결과다. 더불어 화장품부문과 함께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음료와 생활용품부문이 성장을 이어간 것도 실적 향상에 한몫 했다.

업계는 차 부회장의 재선임에 대해 그간 사업부별 포트폴리오 강화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란 반응 일색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이 연초부터 큰 위기에 봉착한 만큼 차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차 부회장이 올해도 전년 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할지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올해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1조3382억원이다. 하지만 중국 내 화장품 판매 둔화, 면세영업 부진이 겹친 터라 앞서 추정한 전망치(1조5115억원)와 비교하면 11.5% 줄어든 금액이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이날 LG생활건강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4%, 11%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는 등 연초부터 실적 하락 우려가 커진 상태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분기에 이어 면세매출이 감소, 화장품부문의 이익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실적 우려에 따른 주가 급락도 차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차 부회장 집권 이래 LG생활건강 주가는 2만8000원에서 178만4000원으로 64배 뛰기도 했지만 근래 주가는 최고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날 역시 오전 중에만 3~4%대 하락을 이어가는 등 반등의 기미가 안 보이는 상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본에 더욱 충실하고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을 통해 주주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한해를 만들겠다"며 "변함없는 성원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