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생명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이 '3%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투자이익 확대를 위해 운용자산 규모를 늘렸음에도 저금리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다만, AIA생명이 유일하게 4%대 운용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외국계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24개 생보사 누적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0%으로 전년동기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운용자산 규모는 늘었지만 투자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이에 대출을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익도 크지 않다. 지난해 3분기 24개 생보사 보험영업손실 평균은 6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비용(2조6883억원)이 수익(2조6184억원)을 웃돌면서 손실 규모는 2020년보다 544억원 증가했다.

결국 투자이익 개선을 통한 실적방어가 필수적이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투자여건이 좋은 건 아니다. 보험사 자산운용 능력을 살필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운용자산이익률이다. 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 평균값은 2015년 4.0%을 마지막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3%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유일하게 4%대를 기록한 곳은 AIA생명(4.27%) 뿐이다.

이처럼 외국계 생보사의 자산운용 능력이 보다 두드러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운용자산이익률 상위 5개사 중 국내사는 한화생명(3.49%)뿐이다. 푸르덴셜생명(3.65%)의 경우 2020년 9월 KB금융지주에 인수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외국계 색채가 강하다. 메트라이프생명(0.1%)의 저조한 이익률이 파생상품 손실에 기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가 희석될 여지도 있다. 해당 손실을 제외한 메트라이프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8%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생보사의 선전은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덕택으로 풀이된다.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국공채 위주로 유가증권을 구성하면서도 수익증권, 외화유가증권 비중을 끌어올린 결과다. 대표적으로 AIA생명의 경우 주식을 매각해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해외 변동금리부 자산 투자를 확대한 효과가 유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IA생명은 전체 유가증권에서 주식 규모를 2020년 말 375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189억원으로 566억원 덜어냈다. 회사채 투자와 금리상승기에 변동금리부 자산 투자를 통해 이자수익도 개선했다. 해외유가증권 투자(2조6836억원→2조7330억원)도 확대했는데 특히 해외 우량 운용사가 발행하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비중을 늘려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했다. CLO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대출채권을 한데 묶은 뒤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리스크로 꼽혔던 파생상품 손실은 외화환산이익이 상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 AIA생명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은 2384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이익이 전년 대비 938% 증가하는 등 파생상품 손실을 상회하며 투자이익이 개선됐다.

AIA생명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내 위험자산 비중 조정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는 한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을 시현하기 위해 석탄관련 채권을 매각한 결과 관련 이익이 증가했다"면서 "환율 영향으로 외화환산이익까지 유의미하게 증가하면서 견조한 운용자산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