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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리더를 떠나보내며...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2022.03.31 08:33:45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09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의 성장사를 담은 책 '플레이'에 담긴 고 김정주 NXC 이사. (출처=플레이)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지난 3월 1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대표 벤처 신화의 주인공인 김정주 넥슨 창업자이자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이사의 타계 소식이었는데요. 향년 54세로 경앙자로서는 한창 자신의 꿈을 펼쳐야 할 시기였습니다.


넥슨의 모회사 격인 NXC는 1일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입니다"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문구로 김정주 창업자의 부고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며 장례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가족들이 미국에서 장례 절차를 밟고 국내 모 안식처에 모셨다는 소식만이 전해졌습니다. 모든 절차가 너무나도 조용하게 그리고 개인적으로 치러졌습니다.


그의 인생 역정을 20여년이 넘게 지켜본 기자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소식이자 아쉬움이 남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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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25년여만에 기업을 일구는데 척박했던 한국에서 30조원대 이상의 글로벌 게임기업을 만들며 한국 벤처의 신화로 자리를 잡은 김정주.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밝은 면이 강하듯 어두운 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저 개인이 아니라 한국의 자산이자 대표적인 통섭의 리더로 평가됐으면 합니다.


기자가 김정주 넥슨 창업자를 처음 만난 것은 22년전인 2000년도였습니다. 게임 분야를 담당하던 동기가 함께 인터뷰를 가자는 제안에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서울 선릉역 근처에 있는 세강빌딩 2층 자그마한 회의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바람의 나라'와 '퀴즈퀴즈' 등으로 관심을 받던 당시 자신이 생각하는 온라인게임 그리고 넥슨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종종 넥슨을 찾으면 별도 사무실이 없이 다른 직원들과 함께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이곳저곳 회의를 다니는 모습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회의를 마무리하고 지나가는 김 대표를 잡아서 잠시 짬을 내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 공간을 옮겨 가며 즐기는 게임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먼 미래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닌텐도 고'와 같은 게임을 꿈꿨던 것입니다. 20여년을 앞서 그런 게임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죠.


친구인 송재경 대표가 개발한 '리니지'로 엔씨소프트가 상장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모았을 때 상장 계획에 대해 묻자 "아직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라며 단호하게 답하던 당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한참을 지나서야 알게 됐지만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가기 위해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하며 기자의 생각을 먼저 물어보는 평이하지 않은 대화법을 가진 괴짜였습니다.


2004년 넥슨의 '카트라이더'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부분유료화 모델을 전세계 처음으로 안착시키며 김정주 창업자를 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김정주 창업자는 자신이 직접 대표를 맡기보다는 언제나 자신의 주위에 있던 뛰어난 친구와 후배들을 대표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는 경영의 뒤편에서 인수합병을 할 좋은 게임 개발사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한 모습 때문에 언제나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녔습니다. 특히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부를 이뤘지만 그는 수행원 한 명 없이 백팩을 맨 자유로운 차림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을 다니며 함께할 파트너를 만나러 다녔습니다. 기존 재벌기업주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존의 상식을 깨뜨렸습니다.


한때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듣고 혜화동에 나가 연극 무대를 직접 돕기도 했습니다. 당시 함께 연극을 했던 동료들이 나중에야 넥슨 창업자임을 알게 됐다고 하더군요. 때로는 모교인 카이스트에서 자신의 후배를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제주도에서 진행된 '넥슨 컴퓨터 박물관' 개관식에서 김정주(오른쪽) 당시 NXC 대표가 '바람의 나라' 복각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를 초기 개발한 송재경(왼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복각 계획에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답하고 있다.

2013년 제주도에서 지금의 넥슨을 있게 한 원조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의 초기 모습을 찾아가는 복각 계획을 알리며 초창기 멤버들을 모으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저마다 갈 길을 떠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정상원 띵소프트대표, 서민 당시 넥슨코리아 대표, 김진 원작 만화작가를 초대해 복각 소식을 알렸습니다.


당시 김정주 창업자는 이 자리에서 "게임은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장르이다. 게임의 플랫폼이 바뀌고 내용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재미를 제공한다는 게임의 존재 의의는 10년, 10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게임 본연의 의미를 강조했었죠. 넥슨을 떠나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던 그들을 모으고 다시 15년여전 본연의 재미를 찾던 시기를 돌아보려는 그의 노력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지인들은 김정주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기술과 경영을 모두 겸비한 통섭의 리더' '정말로 지독한 놈' '타고난 사업가이자 현실주의자' '숫자와 이성의 전장에서 펼쳐지는 기업 경영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새로운 영역의 경영인, 겉모습은 개발자처럼 보였을 수 있지만 그의 내면은 예술가에 가까웠다'


다양한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 대한민국 대표 '통섭의 리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통섭'은 큰 줄기를 잡다는 뜻으로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학문적으로는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를 말합니다.


게임은 IT 산업에서 대표적인 통섭의 장르입니다.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잘한다고 성공할 수 없습니다. 미적인 부분인 그래픽, 사운드를 비롯해 인간의 심리까지 꿰뚫어야 합니다.


이제 고인이 된 김정주 창업자는 작은 연못 속에서 성장한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가지고 세계에 나가서 성공시킨 주인공이었습니다. 수많은 인재들을 넥슨에 모으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었습니다. 게임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어린이 병원을 후원해 아픈 어린 꿈나무들을 돕고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제 어린 시절 바이올린에 심취했던 한 꼬마가 성장해 글로벌 게임사의 창업자로 성공한 뒤 연극까지 관심을 넓히며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그를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그는 없지만 그의 삶과 그의 경영 철학 그의 행적은 아직 온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적은 우리 사회가 가고자하는 방향의 미래가 아닐까합니다. 그가 컴퓨터 박물관을 만들고 어린이 병원을 만들어 우리에게 선물을 했듯이 그의 진면모를 아는 이들이 모여 그를 기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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