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삼양홀딩스 연결기준 3510억원)을 낸 삼양그룹의 수익성이 올해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을 이끈 비스페놀A(BPA)사업의 마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이슈로 주력 삼양사의 부진이 장기화될 우려도 커져서다.

지난해 삼양그룹이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은 자회사 삼양이노켐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39.9% 폭증한 2799억원을 거둔 덕분이었다. 삼양이노켐이 생산하는 BPA 스프레드가 연중 고점을 기록한 데다 BPA를 원료로 하는 에폭시수지 수요가 크게 확대된 결과다.

문제는 삼양이노켐이 BPA 수요 감소·유가상승으로 인해 올해도 그룹 실적을 견인키는 어려워졌단 점이다. 석유화학기업이 스프레드 확대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유가 대비 생산제품 가격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여파로 3개월 만에 40% 상승, 100달러를 돌파했다. 삼양이노켐 입장에선 BPA 가격이 적어도 40% 이상 올라야 스프레드를 유지하는 셈인데 에폭시 수요 또한 전년보다 일부 감소한 상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에폭시 수요가 유례없이 확대되면서 삼양이노켐이 큰 재미를 봤다"며 "올해 역시 예년에 비해선 수요에 문제는 없다고 판단되나 작년보다는 아무래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함께 유가가 단기에 너무 큰 폭으로 오른 터라 삼양이노켐을 비롯한 금호피앤비화학, 롯데정밀화학 등 BPA 취급사들의 실적을 예상키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룹 간판격인 삼양사의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단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만 봐도 식품사업의 수익 악화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6% 줄어든 825억원에 그쳤는데 올해는 식품 뿐 아니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석화부문 성적표에도 물음표가 달린 것이다.

특히 삼양사 식품부문은 올해 역시 수익개선에 애를 먹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 원료인 원당(정제 전 설탕), 원맥(빻지 않은 밀) 등의 가격이 1년새 9.3%에서 37%까지 올랐지만 제품가격에 이를 반영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아울러 원당, 원맥과 함께 삼양사의 주 원료인 옥수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 산지인 터라 삼양사의 원료조달 부담이 한 층 더 심화될 우려도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설탕 제조사들은 B2C보단 주로 B2B로 매출을 올린다"며 "관련 시장은 과점화 돼 있긴 하지만 '을'의 입장이다 보니 제품가격에 원료 인상분을 쉽사리 녹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B2C보다는 B2B에 주력하는 식품회사들이 원료가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양그룹은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에 대비, 수익방어에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골자는 수년간 강조해 온 '스페셜티' 제품으로 마진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투자시기 조정 등 현금흐름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전세계적 공급망 불안정, 글로벌 물류난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지속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해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라며 "김윤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현금흐름과 수익성 모두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주문한 것 역시 이러한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