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의 지난해 연결기준 미청구공사액은 6356억원으로 전년(5969억원) 대비 6.48% 증가했다. 매출액은 3조3639억원으로 전년(3조6702억원) 대비 8.35% 감소했다. 매출액이 줄고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하면서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액 비율은 2020년 16.26%에서 지난해 18.9%로 소폭 상승했다. 2019년에는 매출액 4조2165억원, 미청구공사액 3740억원으로 8.87%를 기록했다. 3년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미청구공사액 중 대손충당금은 9억원이다. 2020년 대손충당금 13억원 중 4억원을 대손상각 처리하면서 대손충당금 규모가 줄어들었다.

영업부문별 미청구공사액은 외주주택부문이 535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토목부문이 687억원, 일반건축부문이 32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외주주택부문의 미청구공사액이 가장 많은 것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서만 2701억원이 발생했다. 사업장 중 단연 최대 규모다. 이어 전주태평1구역 재개발사업 466억원, 반정 아이파크캐슬 5단지 신축사업 294억원, 홍은13구역재개발사업 187억원 순이다. 모두 외주주택사업이다.

HDC현산의 미청구공사액 비율은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지난해 영업보고서를 공개한 회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DL E&C ▲대우건설 ▲HDC현산 ▲SK에코플랜트 등 8곳이다. 이 중 미청구공사액을 보고서에 명시한 회사는 DL E&C와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6곳이다. 

 

현대건설의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액 비율은 17.98%로 HDC현산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포스코건설 12.71%, 삼성물산은 11.36%, GS건설 10.5%, 대우건설 10.98% 순이다. 

건설사의 미청구공사액은 건설사들이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매출채권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 위험 자산으로 분류한다. 시공사가 추정한 공정률과 발주처가 인정한 공정률에 차이가 있을 때 주로 발생한다.

건설업계에선 미청구공사액 비율이 20% 이내일 경우 안정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5%가 넘으면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인식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미청구공사액 비율은 20%를 넘지 않아 당장 재무건전성이 위험 수준은 아니라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토목사업 등이 아닌 외주주택사업에서 대부분의 미청구공사액이 나왔다는 점도 HDC현산의 재무건전성에 여전히 양호하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재개발·재건축 등 외주주택사업의 특성 상 분양 수요가 일정 규모 이상 존재해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공사를 완료하기만 하면 미수채권 회수가 대부분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광주 학동 참사와 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의 여파로 영업정지 및 등록취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 최악의 경우 등록 말소 처벌까지 받는다면 재무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차입금을 확대하고 PF대출을 차환한 것도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서울시로부터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발생한 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행정처분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