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하이트진로음료와 해외법인들이 모기업 하이트진로의 실적 방어에 미약하게 나마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 시장이 가정 채널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기존 사업은 주춤했지만 주류 관련 음료는 가정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고, 해외 시장은 한국보다 빠르게 위드코로나에 접어들며 경제 재개 효과가 나타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개별기준 1조9771억원의 매출과 15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16.7%나 감소한 금액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유흥채널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 실적 악화의 요인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연결기준으로 보면 이 회사의 매출액은 2조2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41억원으로 12.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대비 연결 실적 감소폭이 낮았던 것은 자회사들이 나름 호실적을 거둔 결과다. 실제 음료 사업을 영위하는 하이트진로음료의 경우 1118억원의 매출과 8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같은 기간 각각 5.9%, 62.4%씩 증가했다. 아울러 해외법인 역시 606억원의 매출과 55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19.5%, 44.7% 늘어났다.

하이트진로음료가 호실적을 거둔 것은 홈술 문화가 확산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가정용 주류와 어울리거나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진로토닉워터'와 무알콜맥주 '하이트제로'가 대표적 제품이다.

토닉워터의 경우 위스키 등 수입 주류의 믹서로 활용되는 게 일반적인데,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3.9% 증가했다. 아울러 무알콜맥주 시장도 2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3.3%나 커졌다. 즉 본인의 니즈에 맞는 주류를 구매하는 추세가 강화되면서 토닉워터 등의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하이트진료 음료 측도 구체적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토닉워터의 매출액이 2020년 대비 15%, 무알콜맥주가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외법인들도 모기업 실적 방어에 일조했다. 미국, 러시아 등의 국가에서는 한국보다 위드코로나 전환이 빨랐던 만큼 위축된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법인만 봐도 지난해 52억원의 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57% 증가했고, 5억원의 이익을 낸 러시아 법인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울러 미국 법인의 경우 지난해 주류 가격을 소폭 인상한 것도 수익성 증대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법인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으로 수익 창출(8억원 이익→3억원 손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OO의 이슬' 등 과일 소주는 여전히 판매 호조를 보여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주류 시장 흐름이 가정 채널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던 것이 연결 실적 방어에는 긍정적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올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물론 소주 세계화 전략에 박차를 가해 참이슬과 진로의 해외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