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가 2년여 만에 교체된다. 실적 부진은 물론 대내외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된 까닭으로 풀이된다. 바통을 이어받을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신임 대표이사(사진)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오는 5월 부로 현 한국맥도날드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김기원 상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2020년 1월부터 한국맥도날드를 이끌어온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는 호주맥도날드의 대표이사 및 CEO로 적을 옮긴다.

김기원 신임 대표는 코카 콜라와 SBS 미디어 홀딩스, 프록터 앤드 갬블(P&G)에서 20년 이상 마케팅 전략 및 실행을 담당한 마케팅 전문가다. 지난 2020년 4월 한국맥도날드에 합류한 이후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해왔다. 김 신임 대표는 'The BTS 세트'와 'Taste of Korea(한국의 맛)', '베스트 버거', '맥카페' 등 사내 핵심 프로젝트들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맥도날드 입장에서는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의 전임이었던 조주연 전 대표 이후 다시 마케팅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게 된 셈이다.

업계는 조 전 대표가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회사를 이끌어온데 이어 현장 영업 매니저(크루) 출신 마티네즈 대표가 '베스트버거' 등 메뉴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점을 비춰 김 신임 대표에게 수익성 개선이란 임무를 재차 맡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회사 수익성을 정상화시켜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맥도날드는 마티네즈 대표가 취임한 지난 2020년 7910억원의 매출과 4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9.1% 증가했지만 적자 역시 44억원이나 늘어난 금액이다. 나아가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241.2%에서 414.1%로 172.9%포인트나 상승했다. 아직 발표되기 전이긴 하지만 지난해 실적 역시 비슷한 수준이거나 수익성 개선에는 실패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베스트버거' 등 품질개선 과정에서 원가상승 등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가중됐을 것으로 보고 있는 까닭이다.

김 신임 대표 입장에서는 누적된 회사 논란을 매듭지어야 하는 부분도 부담이다. 한국맥도날드는 노조 이슈에 이어 위생 문제 등 다양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져 왔다. 이 때문에 고객소통을 강조하며 이미지 개선에 박차를 가해 왔던 마티네즈 대표의 노력 역시 빛을 발하지 못했다.

마티네즈 대표는 취임 당시 ▲고객 중심 의사결정 ▲맛있는 메뉴 ▲고객 경험 향상에 집중하겠다며 아시아 최초로 베스트 버거' 시스템을 도입, 품질 향상에 주력했다. 아울러 2016년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과 곰팡이 논란 등 위생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실추됐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주방 공개의 날'을 개최하고 식품안전시스템을 공개하는 등의 노력도 경주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일부 매장에서 유효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고, 2개월 뒤인 10월에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과의 임금체불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등 여러 악재가 불거졌다. 이러한 부분이 마티네즈 대표의 발목을 잡았고, 3~4년 직을 유지했던 전임 대표이사들과 달리 그가 2년여 만에 전격 교체된 배경이 됐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마티네즈 대표가 호주맥도날드 대표로 이동한 것을 감안하면 경질성 교체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품질 개선으로 외형 확대에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만큼 맥도날드 본사 차원에서 외국인보다는 한국인 대표를 통한 마케팅 현지화에 속도를 내는 게 효과적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김기원 대표는 맥도날드의 비즈니스 성장과 핵심 프로젝트 성공에 큰 역할을 해온 점을 인정받아 이번에 대표이사로 선임된다"며 "선임건과 관련해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