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올 들어 신약개발사들의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신약개발사의 상장이 어려워지자 상장 전 투자 유치도 뚝 끊겼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약개발사들이 상장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에이프릴바이오는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보로노이는 상장예심을 통과했지만 수요예측 실패로 지난달 상장을 자진철회 했다.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바이오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상장이 되더라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보령바이오파마, 바이오노트 등 비교적 실적이 우량한 기업들도 적정가치를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예 IPO 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업체들도 많아졌다.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면서 적정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적정가치를 평가 받기 위해서는 상장 시기를 다소 미루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하는 곳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사들의 상장이 어려워지자 상장 전 외부 자금 조달도 끊기고 있다. 한 바이오 비상장사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주로 하는 비상장사의 경우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는 물론, 시리즈A 단계에서부터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외부 자금 조달이 뚝 끊겼다"며 "신약개발사에 대한 기대 자체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신약개발사에 대한 고평가를 거두고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약개발 성공률이 10% 미만인데 비해 연구개발비로 최소 수백억원 이상 투입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기대치를 낮추는 데 작용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사들의 기업가치가 애초에 너무 높게 평가됐었다"며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바이오텍에 견줄 만한 역량을 갖춘 곳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데에는 미국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적 요인도 있겠지만 이미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의 부정적인 선례 탓이 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상장 이후 바이오기업들의 실적이 대부분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상장폐지 기로에 설 정도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IPO를 준비하는 후발주자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기업들이 주로 선택했던 상장 트랙인 기술특례상장의 문턱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개선 작업에 착수, 더욱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바이오기업들의 기술성을 심사받게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바이오업계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조성하기로 한 5000억원 규모의 백신 펀드를 통해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이르면 이번주(11일)부터 바이오기업들의 상장예심 청구가 증가할 수도 있다. 최근 사업보고서 제출 시기가 마무리되면서 연간 실적을 반영해 상장예심 청구 준비를 마친 바이오기업들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4월 2~3주차부터 상장예심 청구가 쏟아지는 시즌"이라며 "올해는 바이오기업이 얼마나 상장예심 청구를 할지 모르겠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