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속옷 업체 BYC가 배당 여력이 충분함에도 주주 환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섬유산업의 미래성장성이 불투명하고 본사 부지 개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주요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 없이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BYC는 2021 회계연도 총 12억6200만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주당배당금은 1500원, 배당성향은 3.8%다. 이 회사는 2019년과 2020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금액을 배당했다. 당시 9억2900만원을 지급해 배당성향은 각각 4.3%, 5.2%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가 밝힌 이 기간 코스피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2019년 41.2%, 2020년 39.5%)을 고려하면 소극적인 배당정책을 이어온 셈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BYC가 배당 여력이 충분한 회사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미처분 이익잉여금만 해도 358억원으로 2018년 말(89억원) 대비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2019년과 2020년, 지난해 각각 213억원, 176억원, 331억원의 순이익을 창출한 까닭이다. 이 기간 회사의 매출은 연평균 1.9%(1696억원→1633억원)씩 감소했지만 재고자산회전율을 0.85회(2.02회→2.87회) 높이는 등 경영효율화에 매진한 덕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BY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섬유사업이 사양산업이다 보니 향후 경영 불안정성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본사 부지개발도 진행될 수 있어 개발에 필요한 자금 역시 어느 정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YC 지분 8.13%를 갖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소극적인 배당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회사가 향후 배당 확대 및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은 채 현금 확보에만 매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해만 해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급 받은 배당금은 1억200만원에 불과했던 반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지분율 62.76%)은 7억9200만원을 지급받았다. 회사 지분 18.43%를 보유한 최대주주 신한에디피스 역시 오너 3세인 한승우 상무(지분율 58.34%) 등 특수관계인 5인이 지분을 100%를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회사의 소극적인 배당에도 오너 일가는 지속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회사 내부 상황 등을 미루어 볼 때 당장 배당금을 대폭 확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회사가 부동산 개발 등 향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 배당을 확대하지 않고 있는 만큼 주주로서는 향후 환원 계획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작년 12월 BYC에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 ▲정기적 IR 계획 수립 ▲부동산자산 효율적 활용 등을 촉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BYC 소액주주연대 역시 작년 7월 BYC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증액 ▲액면분할 등을 요청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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