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나연 기자]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메타버스. 투자자라면 모르면 안 되는 트렌드입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 데이비드 웨스터맨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나비가 번데기에서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죠.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미래의 모습은 장밋빛으로 가득할까요?

나비가 번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이면에는 사이버 보안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화와 함께 사이버 공격 수법 또한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요. 유럽정책연구센터는 보안 시스템의 약점을 알아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이 구독만 하면 완성된 랜섬웨어를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형 랜섬웨어(RaaS)' 사업까지 등장했죠. 이전에는 컴퓨터 공학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이들이 사이버 공격에 가담했다면, 이제는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누구든 바이러스를 심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더 나아가 사이버 공격은 국가 안보 이슈로도 비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육탄전을 벌이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국방부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동원하고 있어요. 공격 대상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3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러시아 해커들이 미국의 5개 에너지 회사, 18개 방위·금융·서비스 회사에 침투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죠. 2021년에는 미국 최대 송유관 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과 세계 최대 축산업체인 JBS가 러시아발 랜섬웨어에 당해 석유와 식료품 공급망이 수일 간 완전히 가동을 멈추기도 했어요.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보안 업체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어요. 회사 내부의 보안팀 인력을 늘리는 것보다 전문 솔루션을 갖춘 기업에 외주를 주는 것이 나날이 변화하는 공격 수법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사이버 보안 시장의 매출은 1463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2026년께 이 규모는 2117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집계됐어요.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9.68%에 달합니다.

실제로 지정학적 위기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빅테크를 비롯한 기술주들이 맥을 못추는 사이에도 사이버 보안 기업의 주가는 건재했습니다. 기술주 전반을 포함하는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15.03%(현지시간 20일 기준) 하락했습니다. 이에 반해 사이버 보안 관련 기업을 추종하는 지수인 나스닥 CTA 사이버시큐리티 지수(CIBR)는 같은 기간 0.44% 내렸습니다. 변동성 장세로 인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지수 또한 7.03%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입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사이버 보안 기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웨드부시 시큐리티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2022년 사이버 보안 섹터의 주가가 23% 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그는 "사이버 공격의 수위가 극명하게 상승한 상황에서 사이버 보안 섹터에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기술주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이버 보안 섹터 대표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어요.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디지털 전환의 대표 기술주가 나비라면, 사이버 보안은 포식자로부터 이들을 방어해주는 보호색입니다. 손 안의 스마트폰부터 국가 안보까지,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