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문지민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내 벤처캐피탈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기 위해선 '투자 사후관리'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투자기업의 사업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26일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신라CC에서 '포스트코로나 벤처투자 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팍스넷뉴스 벤처캐피탈 포럼에서 마지막 세션(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글로벌 투자 전략) 발표자로 나선 유영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벤처파트너(사진)는 투자 이후의 '지원·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유 파트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벤처캐피탈은 피투자 회사와 긴밀히 소통하며 성장을 돕고, 글로벌 M&A 및 해외 투자 유치 등의 과정 또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돈을 투자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투자 후 지속적으로 회사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8년 240억원을 투자한 동영상 자막 번역 서비스 업체인 '아이유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를 거치는 과정에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는데,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피투자기업이었던 아이유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관련 시장 개척에 나서자는 사업 방향성을 제시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아이유노의 글로벌 M&A와 투자 연결까지 지원했다. 이 결과 아이유노는 미국 및 유럽 지역 최대 자막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업계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이에 대해 유 파트너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피투자기업과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후속 투자까지 이어지도록 이끈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유 파트너는 AI에 대한 투자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최근 비대면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 디지털 문화가 익숙한 세대가 사회에 진입하게 되자 AI 시장 팽창이 가속화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AI는 역사상 가장 큰 혁명이며 이를 통해 인류는 더 진화할 것"이라며 "과거 발명가와 자본가가 산업혁명을 이끈 것처럼 이제는 창업가와 벤처캐피탈이 AI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유 파트너는 "코로나19를 겪은 지난 2년간 대면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해외 투자에 제약이 컸다"면서도 "다시 국가 간 이동이 원활해지고 활발한 교류가 생길 경우 자연스럽게 투자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투자 인력도 꾸준히 보강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며 "올해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투자하는 30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인들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부터 펀드 청산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 파트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은 항상 고려해야 한다"며 "위험을 두려워하기 보단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