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11번가가 '아마존 해외직구' 서비스를 앞세워 성공적인 IPO(기업공개)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해외직구 시장의 파이가 크지 않은 데다 11번가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경쟁사와 차별화되지 않은 만큼 이 회사의 기대처럼 IPO 첨병 역할을 해내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 10여곳에 증시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2018년 유상증자 당시 투자자들과 2023년까지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해당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과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다만 11번가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장률이 저조한 까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만 봐도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매출액은 평균 15.7% 증가한데 반해 11번가는 같은 기간 5614억원으로 2.9% 느는데 그쳤다. 성장률이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친 셈이다.

이에 11번가는 올해 제조사와의 JBP(업무 제휴 협약)를 100개까지 확대하고 해외직구 품목을 확장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매진할 방침이다. 2018년 나일홀딩스(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의 컨소시엄)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2조7000억원)를 뛰어넘어야 회사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작년 거래액 11조~12조원 수준을 기록하는 등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성장률이 다소 뒤쳐져 보일 수 있다"며 "대신 아직 이커머스 침투율이 높지 않은 해외직구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미래 성장성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11번가는 아마존 해외직구 서비스를 상장 첨병으로 내세우겠단 입장이지만 시장은 해당 사업이 IPO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그닥 크지 않은 데다 쿠팡 등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경쟁사 대비 이렇다 할 차별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작년 거래액만 봐도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5조원으로 전체 이커머스 시장(193조원)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11번가가 내세우는 해외직구 관련 유료 서비스(T우주) 역시 경쟁사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같이 ▲무료배송 ▲4일 내 배송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경쟁사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획기적인 베네핏이 없는 셈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번가의 해외직구 시장 진출이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 규모와 타 업체와의 차별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업이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고 상장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해외직구 시장은 향후 계속해서 커질 것이며 아마존에서 직매입하는 상품이 주가 되는 만큼 경쟁사 대비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에도 상품 카테고리와 품목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