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현대자동차가 올 1분기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감소에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올 1분기 매출 30조2986억원, 영업이익 1조928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6%, 16.4% 각각 증가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증권가는 대외적인 악재 등으로 완성차 출고량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현대차 1분기 실적에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의 올 1분기 매출이 30조2188억원, 영업이익 1조65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망치 대비 실제 영업이익이 약 16.3% 높게 나오면서 호실적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1분기 깜짝 실적 배경에는 현대차의 고급 라인업인 제네시스와 더불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흥행이 크게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현대차는 올 1분기 글로벌시장에서 총 90만2945대를 판매(도매 기준)했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9.7% 감소한 수치다. 전체 출고량이 감소했지만, 고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차량 및 고급차 판매가 늘어난 덕에 수익성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및 기타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생산 부족 영향 지속으로 1분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면서도 "영업이익은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 비중 개선과 선진국 중심의 지역 비중 개선에 우호적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매출 원가율도 같은 기간 0.7%포인트 하락한 80.9%를 기록하며 수익 개선에 힘을 실었다. 전 세계 도매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호적 환율 효과와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로 선방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다만 현대차는 올해 2분기의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러시아 내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현대차는 3월부터 러시아 현지 공장의 가동을 중단을 결정했다. 이 결과 1분기 기준 러시아 전체 산업 수요는 30% 이상 하락했고 당사 판매도 25%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내 공장이 재가동되지 않을 경우 1분기 대비 판매량 감소가 심화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의 일부 도시 봉쇄 결정으로 인한 부품 수급 불균형 현상 지속도 불확실성 요인이다. 현대차는 원자재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를 통한 자체 조달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력사 자체 조달에 의존했던 기존의 구매방식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주요 원자재의 전략적인 관리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원자재 시황 변동에 따른 당사 손익 영향을 자동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적용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향후에도 고부가 가치 차종 비중을 높여 수익성 향상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본격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올 2분기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연초 공개한 가이던스 달성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비중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V60, GV70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6 등 주요 신차의 글로벌 출시를 통한 전기차 라인업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