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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수 유정현, 갈림길에 서다
이규연 기자
2022.05.02 08:24:37
② 내부 살림꾼으로서 경영 참여...'은둔의 경영' 깨고 전면 나설까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8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도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전경. (출처=넥슨)

[팍스넷뉴스 이규연 기자] 넥슨이 유정현 NXC 감사를 새 총수로 맞이하게 됐다. 총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동일인을 일컫는다. 해당 집단에 속하는 회사를 지배하는 사람 혹은 법인으로 규정된다. 유 감사가 그룹 지주사인 NXC와 계열사들에 지배력을 지녔다고 입증된 것이다.


유 감사가 넥슨 총수가 되면서 향후 넥슨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시선이 다시금 쏠리고 있다. 유 감사는 최근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아내이자 NXC의 주요 개인주주이기도 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자녀 2명이 있지만 이들은 나이가 어려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힘들다. 


이를 고려하면 유 감사가 총수를 맡되 전문경영인이 넥슨을 꾸려가는 현행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상속세 등을 고려하면 유 감사를 비롯한 유족들이 김 전 창업자의 NXC 보유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꾸준히 점쳐진다. 


◆ 넥슨 살림꾼부터 NXC 감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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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공정위에 따르면 유 감사를 넥슨의 새 총수로 지정한 배경에는 그가 넥슨 경영에 오랫동안 참여해왔던 데다 NXC 보유 지분을 통해 넥슨 경영에 필요한 주요 의사결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점이 반영됐다.


총수(동일인)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를 지배하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이를 고려해 공정위는 보유지분 등을 통해 그룹 본사와 계열사에 실질적 지배력을 발휘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총수로 지정해왔다. 


이번에도 공정위는 유 감사를 총수로 지정하면서 "유 감사는 김 창업자와 공동경영을 하면서 넥슨 창립과 회사 경영에 관여했다"며 "그룹 최상위 기업인 NXC의 등기임원 중 유일한 출자자인 동시에 개인 최다 출자자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사는 1994년 12월 김 창업자,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이사와 함께 자본금 6000만원으로 넥슨을 세웠다. 그 뒤 2003년까지 넥슨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안살림을 책임졌다. 그 뒤 넥슨 이사로 자리를 옮겨 2005년까지 일했다.


2002년부터 2006년 초까지 넥슨 자회사 와이즈키즈(현 넥슨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와이즈키즈는 PC방 영업과 게임 고객지원 콜센터 운영 등을 담당하면서 넥슨의 주력 수익원이었던 PC온라인 게임 운영을 뒷받침했다. 


유 감사는 2005년 그룹 지주사인 NXC가 창립되자 이사로 선임됐다. 2006년 초 와이즈키즈가 넥슨SD로 이름을 바꿀 때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NXC 이사 자리는 계속 지켰다. 그러다가 2010년 등기임원인 감사를 맡으면서 경영 일선에 모습을 다시금 보였다. 


넥슨에서 제시한 유 감사의 경영활동으로는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비롯한 넥슨재단의 기부, 넥슨컴퓨터박물관을 포함한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넥슨 사옥 건립과 직장 내 보육시설 등 구성원 복지 향상 등이 있다. 


더불어 유 감사는 현재 NXC 지분 29.43%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여기에 김 창업자가 보유했던 지분 67.49%, 두 자녀 김정민씨(0.68%)와 김정윤씨(0.68%)가 소유한 전체 지분 1.36%, 가족자회사 와이즈키즈가 쥔 지분 1.72%를 합치면 100%가 된다.


NXC는 일본 상장기업인 넥슨(이하 넥슨 일본법인) 지분 28.5%를 소유하고 있다. 더불어 100% 자회사인 해외법인 NXCH를 뒀는데 이 기업도 넥슨 일본법인 지분 18.8%를 쥐고 있다. 넥슨 일본법인은 각종 개발자회사를 거느린 넥슨코리아의 100% 모기업이다.


사실상 유 감사가 NXC→넥슨 일본법인→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 감사는 포브스에서 선정한 '2021년 한국 50대 부자' 15위에도 선정됐다. 당시 포브스는 NXC 지분을 포함한 보유 자산을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로 추정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출처=NXC)

◆ '은둔의 경영인', 경영 전면 나설까


김 창업자는 2019년 입장문을 통해 "내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며 "이는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 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NXC, 넥슨 일본법인, 넥슨코리아는 모두 전문경영인 CEO가 대표를 맡고 있다. 


다만 김 창업자가 넥슨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흔적은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넥슨 일본법인은 2022년 초 미국 영상콘텐츠 제작사 AGBO에 60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평소 김 창업자가 넥슨을 '아시아의 디즈니'로 만들고 싶다고 말해왔던 점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이를 고려하면 유 감사 역시 앞으로 NXC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 감사는 엄연한 넥슨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라며 "경영 전면에 나서진 않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 감사가 평소에도 은둔형 경영인의 모습을 보여왔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수준의 경영활동만 이어갈 가능성도 만만찮다. NXC 관계자는 팍스넷뉴스와 통화에서 "공정위의 총수 지정 이후에도 전문경영인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감사가 경영 참여에 선을 긋는다면 NXC 지분 매각설에도 다시금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상 30억원보다 많은 가치의 주식을 상속받으려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이 주식 상속이 경영권 승계로 연결된다면 20% 할증도 따라붙는다. 


김 창업자가 2019년 NXC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보유지분 가치는 10조원대로 평가됐다. 이를 고려하면 유 감사를 비롯한 유족이 6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유족이 보유한 NXC 지분 일부 혹은 전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8월 31일 공개한 그해 5월 1일 기준 넥슨 관련 기업들의 소유지분도. (출처=공정거래위원회)

◆ 경영권 매각이냐 다른 방법 찾기냐 


NXC가 올해 들어 금융거래 관련 자회사인 아퀴스 청산절차에 들어가면서 유 감사가 넥슨 경영권 자체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인수합병에 대비해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게임사들은 비대면 시장의 성장, 메타버스와 연계성 등을 바탕으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몸값이 뛰고 있다. 중국 텐센트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이 넥슨 인수에 관심을 보일 만한 후보로 꼽힌다. 


반면 유 감사가 넥슨 경영권 유지를 선택한다면 NXC 지분 일부를 팔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 감사와 자녀 2명, 와이즈키즈가 보유한 지분만 합쳐도 30%를 넘어가는 만큼 20% 이상의 지분 상속만 받아도 경영권을 일단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감사가 NXC 지분 일부를 상속세로서 물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상장기업 주식은 현금 대신 상속세로 납부될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받은 주식을 공매를 통해 팔게 된다. 이 방법을 선택해도 유족의 NXC 보유지분율이 떨어지지만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또는 유 감사가 NXC의 유상감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상감자는 기업에서 감자를 할 때 주주들에게 보유한 주식 가액의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유상감자를 하면 기업 자본금이 줄면서 상속세가 감소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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