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건설업계 전반에서 원자재 인플레 충격을 우려하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2분기 실적에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1분기 현대건설은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원자재 인플레 영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향후 원자재 인플레 영향이 커지더라도 공사비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적용해 원가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1453억원, 영업이익 17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 4조1496억원 대비 0.1%가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009억원에서 14.6%가 줄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1944억원에서 5.8% 감소한 183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까지 트리플로 실적이 악화했지만 건설업계 전반에서 제기하는 원자재 인플레 영향은 아니라고 현대건설 측은 해명했다.

현대건설은 1분기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사우디 마르잔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공사 등 해외 현장 공정이 2분기 및 하반기 이후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부문의 매출 감소와 정산 지연을 1분기 실적부진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개포 8단지 개발사업 등 대형공사의 완공에 따른 역기저효과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1분기 현대건설 IR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원가율의 변화는 미미하다. 지난해 1분기 매출원가율 90.4%였으며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은 91.0%로 0.6% 오르는 데 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이를 통한 원자재 인플레의 영향 등 대외 여건이 여전히 엄중해 보이지만 현대건설은 2분기에도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우선 현대건설은 원활한 수주 실적을 기록 중이다. 현대건설이 따낸 1분기 신규수주는 8조9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8561억원 대비 30.4% 증가했다. 최근 1조원에 육박하는 과천주공 8·9단지 재건축까지 수주하면서 2분기 수주액에 힘을 보탰다. 이 재건축 단지는 아파트 2837가구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적용하기로 해 조합의 기대감이 큰 편이다.

주력사업으로 주택사업을 밀고 있는 점도 향후 다가올 원자재 인플레의 방어에 도움이 된다. 해외의 토목 사업보다는 국내의 주택사업장이 원가의 리스크 관리에 더욱 유리하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에스컬레이션 조항의 적용이 가능한 사업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연결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현대건설 별도 기준의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택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현대건설 측은 "주택 수주잔고 중 약 86%의 공사 도급계약서에 건설공사비 지수 중 주택건축지수가 5% 이상 변동하거나 철근, 레미콘의 가격이 착공 이후 15% 이상 증가할 경우 원가 상승분에 대해 공사비 에스컬레이션이 적용 가능하다"라며 "이에 공동주택 표준공사비 상승(+8.4%)을 가정하면, 주택 매출원가율에 약 1% 내외의 원가 상승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