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문지민 기자] 최근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100% 반려동물 등록을 실시하고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독일식 배상책임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심준원 펫핀스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펫핀스 본사에서 팍스넷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그는 "현실과 동떨어진 현 제도로는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얼마나 더 피해가 발생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조만간 개물림 사고 분명히 또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을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맹견사육허가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을 지난 26일 공포했다.

심 대표는 과거 반려동물보험연구소 소장으로 정부 연구에 참여하는 등 반려동물 보험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했다. 지난 2019년에는 반려동물 전문 생활금융 플랫폼 회사인 펫핀스를 설립해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심 대표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맹견 기질평가제에 대한 내용이다. 올해 하반기 도입 예정인 기질평가제는 반려동물의 공격성을 평가하고 안락사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에 심 대표는 개물림 사고가 반려견뿐 아니라 통제를 제대로 못한 보호자의 책임도 크기 때문에 보호자의 기질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 제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맹견으로 규정된 5종(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 테리어·로트와일러) 외 일반견도 언제든지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들개화 된 개들은 어떻게 기질을 평가하고 견주는 어떻게 찾을 수 있냐"며 "순한 종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사고를 일으킨 골든 리트리버 등 모든 개들은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가 사전예방이 아닌 사후처리 방식의 정책이라는 문제도 지적했다. 기질평가제는 사고가 발생해야 반려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예방보다 사후처리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비용 부담이라는 이유로 보호자가 기질평가를 기피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심 대표는 "정책을 만든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이 물림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도 이런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의문"이라며 "사후처리가 아닌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조언한 전문가들의 실명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이런 법안을 만들 때 전문가나 조언가로 참여한 사람들의 실명을 공개하라"며 "법안 실행 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책임을 지든지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대안으로 반려동물 등록과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독일식 배상책임제를 내세웠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현재 30%대에 머무는 등록률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보험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충동적인 입양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고 보험 가입률이 높아짐에 따라 반려동물 의료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등록률 100%가 되면 모든 반려동물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며 "현재 맹견보험은 보험사가 손해보는 상황이지만 보험 가입률이 높아지면 이 같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기질평가를 거치면 맹견 지정이 될 수 있고 지정 후에는 사육 허가라는 규제도 따라온다"며 "평가 대상이 되는 일반견의 요건을 설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반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