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과 물가상승 등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앤컴퍼니의 이번 행보가 최근 산업계 전반에 번진 임금인상 릴레이에 제동을 거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한국앤컴퍼니, 전 계열사 임원 대상 20% 임금삭감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부터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을 15~20% 삭감했다. 한국앤컴퍼니 외에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엔지니어링웍스, 한국네트웍스, 한국프리시전웍스, 모델솔루션 등 계열사 총 6곳의 임원들이 대상이다. 

삭감 대상 임원 수는 약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 총수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임금도 20% 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연매출 7조1411억원, 영업이익 6421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연결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도 9633억원의 매출과 228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호실적을 냈다. 

그럼에도 한국앤컴퍼니그룹이 갑작스럽게 허리띠를 졸라맨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천연고무 등 원자재 가격 인상과 더불어 물류비 급등이 크게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관리비(판관비)의 급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 증권가에선 올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수익성이 급감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1분기 매출로 1조7466억원, 영업이익 113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치에 부합할 경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소폭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9% 가량 급감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임금삭감 카드'는 고정비에 속하는 급여부분을 줄여 지출을 최소화하겠단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 현실화된 물류·원자재값 인상 여파…산업계 고정비 줄이기 고심

최근 산업계는 임금인상 출혈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 2020년 스타트업, IT(정보기술) 등에서 시작된 임금 인상 경쟁이 작년부터는 대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일부 기업이 인재 확보를 위해 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자 다른 기업들에도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졌다.

임금 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인재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잇달아 임금을 경쟁적으로 올리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선 기업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임금 인상 경쟁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내비쳐 왔다. 고정비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 감소는 물론, 미래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 축소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종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물류비 인상 및 러시아발 원자재값 급등이란 불확실성 탓에 올해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선 당장 비용을 줄이려면 고정비를 낮춰야 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이번 임원 임금삭감이 전반적인 제조 산업 업체들의 '고정비 낮추기' 릴레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관비의 급등은 최근 현금을 풀어 고정비가 늘어난 제조 업체들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최근 제조 업체들은 이미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