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화자산운용이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100%)인 한화생명으로부터 5000억원의 수혈을 받게 되면서 자금 사용처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단은 맞춤형 펀드를 선보이기 위한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 업체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자금 수혈 규모가 워낙에 커 시장의 궁금증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주(한화생명)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1억주를 액면가 5000원에 발행키로 했다.

유증 일정에 따라 4일 납입이 이뤄지면 한화운용은 자본금 규모 1위 운용사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기존 5700억원에서 5000억원이 증액됨에 따라 1조700억원의 자본금을 갖게 된다. 2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자본금 규모가 934억원 수준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압도적인 규모다. 아울러 미래에셋자산운용(2조2580억원)과 함께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조 단위(1조3344억원)인 유일한 운용사가 된다.

시장의 관심은 한화생명으로부터 수혈될 5000억원의 용처에 쏠리고 있다. 일단 한화운용은 확보한 실탄을 어디에 쓸지 큰 틀은 잡아둔 상태다. 5000억원 가운데 1850억원은 '운용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며, 1000억원은 '기타자금'으로 잡아 놨다. 남은 2150억원은 '타법인증권 취득'을 위한 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이중 가장 이목이 쏠리고 있는 건 단연 타법인증권 취득 여부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미국의 운용사인 앰플리파이(Amplify)의 지분 20%(2대 주주)를 확보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 만큼 한화운용도 해외 운용사에 지분을 태울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화운용 안팎에서는 다이렉트 인덱싱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감행할 것이란 얘기가 나와 이목을 끈다.

다이렉트 인덱싱이란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맞춤형 포트폴리오 전략을 일컫는다. 개개인 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투자 목적, 성향, 생애 주기 등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준다. 운용사에서 설정해 내놓는 공모 펀드가 '기성 양복'이라면 다이렉트 인덱싱이 적용된 펀드는 '맞춤 양복'과 유사한 셈이다.

실제로 전 세계 ETF 운용자산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운용사와 다이렉트 인덱싱 기업간 결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은 지난 2020년 다이렉트 인덱싱 솔루션 업체인 '아펠리오'(Aperio)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 뱅가드가 창립 후 처음으로 단행한 M&A를 통해 품은 '저스트인베스트'(JustInvest)도 다이렉트 인덱싱 관련 업체다.

이처럼 한화운용이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다이렉트 인덱싱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타법인 지분 획득 목적으로 잡아 둔 2150억원이라는 금액이 워낙에 큰 탓이다. 이는 삼성운용의 앰플리파이 지분 인수가로 알려진 370억원 보다 6배 많은 금액이다. 또 다른 자금조달 목적인 운용자금(1850억원)과 기타자금(1000억원)까지 더하면 한화운용의 여윳돈은 넘친다.

이와 관련해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이번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은 자산운용업 본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의 지분을 획득하는 데 쓸 계획"이라며 "다만 금융업의 변화가 빠른 만큼 적시에 자본을 투입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잡아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대체투자 분야에 대한 시딩(Seeding)과 디지털 직판앱(파인)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목적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