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균주를 절취하고 관련 영업비밀을 도용한 혐의로 휴젤과 휴젤아메리카, 크로마파마(이하 휴젤)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하며 양사의 운명을 가를 타이머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이 나오진 않았지만 ITC 소송의 특성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9월께 예비판결이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C는 조사 개시 통지 이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판정을 내리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신속한 판정을 위해 ITC 행정판사는 조사 개시 후 45일 이내에 조사 완료 목표일을 정해야 한다. 통상 목표일이 조사 개시일로부터 16개월 이내로 정하게 된다. 만약 16개월 보다 긴 경우 행정판사가 정한 목표일은 위원회의 검토 대상이 된다.

과거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의 ITC 소송에서도 조사착수부터 예비판결까지 16개월 가량 소요됐다. 이번 메디톡스와 휴젤간의 ITC 소송 역시 앞선 대웅제약 사례와 비슷한 순서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이다.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2019년 3월 1일(현지시간) ITC는 메디톡스의 제소에 따라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에 대한 조사착수를 결정했다. 같은 해 5월 ITC는 대웅제약에게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균주 및 관련 서류와 정보를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ITC의 증거개시(Discovery)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다.

ITC는 당사자가 보유하고 있는 소송 관련 정보 및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하면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다. 때문에 관련 증거가 해당 기업의 기밀이더라도 은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ITC는 대웅과 에볼루스, 메디톡스와 앨러간, ITC 소속변호사(Staff Attorney)의 참여 아래 1년 이상의 광범위한 증거개시 절차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포함한 전문가 검증을 거쳤다. 또한 2020년 2월 4일부터 7일까지 증거심리를 위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ITC 행정판사는 7월 6일 '대웅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이후 대웅제약이 'ITC 행정판사의 판결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재검토를 요청했고 ITC 위원회가 이를 수용했다. 수개월간 재검토를 거친 끝에 2020년 12월 16일 최종 판결을 확정했다. 예비판결과 같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ITC의 최종 결정을 거부해달라고 요청한 대웅과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의 주장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2월 15일까지 받아들이지 않음으로 최종 '수입금지 처분'이 확정됐다.

ITC 제소 경험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ITC 소송도 대웅제약 소송때와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결국 생산 균주 등을 확보해 양사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배정된 ITC 행정판사는 아직 구체적인 타임테이블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며 "늦어도 내년 9월(약16개월 후) 안에는 염기서열 분석 등을 거쳐 최종 승자가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