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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개발시장, 현대건설도 지갑 닫는다
이상균 기자
2022.05.16 08:52:40
이마트 중동점 입찰서 출혈경쟁 자제…1년 전과 180도 달라져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3일 15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지난 3월말 이마트는 부천에 위치한 중동점 매각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부천시청역 바로 옆에 위치한 데다가 판매시설이나 업무시설, 숙박시설 및 복합시설 등으로 재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다. 입찰 결과 예상대로 다수 개발사들이 참여했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승자는 3000억원 후반대를 제안한 RBDK였다. 2위인 모아종합건설과 약 1000억원 가까운 격차가 발생할 정도로 RBDK가 공격적인 베팅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업계가 주목한 부분은 RBDK가 아니었다. 2000억원 중반대 가격을 제안한 현대건설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시장의 큰 손으로 활약하던 현대건설이 1년 만에 공격적인 베팅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촘촘한 재무관리 하에 부지매입 등 개발사업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0년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때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르메르디앙 서울, 이태원 크라운호텔, 이마트 가양점 등 시장의 대어급 매물을 사들였다. 지난해 최대어였던 이마트 성수동 본점에도 1조원 이상을 베팅했다. 아쉽게도 크래프톤에 간발의 차이로 밀려 인수는 실패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초 연간 예상 자본적지출(CAPEX)을 420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출 구성은 토지매입 3400억원, 지분투자 400억원, 연구개발(R&D) 400억원 등이다. 이어 지난해 1분기 CAPEX를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건설이 토지매입에만 3000억원 이상을 설정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마트 중동점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개발시장 분위기가 지난해 하반기와 판이하게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현대건설의 전략 변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시장에 거품이 꺼지면서 이제는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한 부지가 매물로 나와도 건설사와 개발업체들이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우선 금리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8월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해 현재 연 1.5%를 기록 중이다. 시행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경우 선순위 금리가 연 5%대에 달하고 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기에 2% 포인트 가까이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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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인상도 부담스럽다. 최근 아파트 등 주거단지 공사비는 3.3㎡당 500만원대에서 600만원대로 1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상당수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비 인상으로 이익이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업장의 수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건설사인 H사가 지방 사업장의 공사 계약을 포기했다"며 "미분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착공을 해도 공사이익이 남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금융비용과 공사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정작 땅값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토지 소유주 혹은 건물주들이 금융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부동산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 충격은 최소 6개월은 지나야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각종 악재가 널려있지만 규제 탓에 아파트 등 주거단지 분양가를 올리기 어렵다는 점도 개발업계를 냉각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땅값에 치솟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주거단지의 공급가격도 올려야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공사비나 금융비용, 땅값 부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분양가 상한제"라며 "현재 구조로는 개발이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에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부동산 개발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개발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서울의 대규모 부지가 유찰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에 땅이 매물로 나오면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큰 차이다. 


학교법인 신진학원은 보유 중인 서울시 증미역 인근 SJ골프연습장 토지 및 건물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두차례나 유찰됐다. 이곳은 서울에서 흔치 않은 준공업지역이라는 이점이 있는 데다가 대지면적이 1만434.1㎡(3161.8평)에 달한다. 토지 모양도 세로장방형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에 용이하다.


하지만 개발업계에서는 신진학원이 책정한 최소가격 3125억원(3.3㎡당 9884만원)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다. 이는 지난해 거래가 이뤄진 이마트 가양점의 3.3㎡당 거래가격(9840만원)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는 시장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지만 신진학원은 아직 이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며 "신진학원이 현재 가격을 고집한다면 향후에도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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