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경석 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전문기업인 SK온이 추진 중인 1조원 이상 규모의 단기성 자금 조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과 관련, 제안서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SK온 투자자금 중 상당부분은 JV(조인트벤처)를 통해 조달할 생각"이라며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부분은 상장전 지분투자(프리IPO) 유치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SK온의 이번 자금 조달이 프리IPO 자금이 들어오기 전 일으키는 단기 차입(브릿지론) 성격으로 만기 3년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 3월 단기차입금 증가 공시를 통해 밝힌 2조2200억원의 단기차입금 가운데 일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부채담보부 증권은 '트랜치'라 불리는 발행자의 계층별 위험을 흡수하는 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이뤄진다. 트랜치는 여러 종류의 채권을 모아 채권 '풀(pool)'을 만들고 이 풀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익과 위험 구조를 갖는 것을 뜻한다.

이번 SK온의 자금조달에는 자기자본 3조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해당하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 8곳의 참여가 가능하다. 여기에 키움증권이 3조8600억원으로 지난 3일 별도기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하면서 종합금투사가 됐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투사로 지정되면 활용 가능한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늘어나고,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 3조 미만 증권사는 SK온의 자금 조달에 참여할 수 없다. 9개의 대형 증권사들은 인수·합병(M&A) 인수 금융과 중소기업 여신을 시작으로 기업의 성장 전반에 필요한 자금 수요와 자문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투자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SK온 측의 제안을 받은 것은 맞고,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수의 증권사가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이 참여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온은 미국·헝가리 공장을 비롯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SK그룹의 2차 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기업가치가 최대 50조원까지 거론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1월부터 4조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프리IPO 투자를 추진 중인 가운데 당장 필요 자금을 국내 증권사를 통해 융통하는 셈이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 46조8429억원, 영업이익 1조75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공시한 SK이노베이션 분기보고서를 보면 유동부채 가운데 단기차입금은 올해 1분기말 기준 2조8399억원으로, 작년 말(8649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에 조달을 추진 중인 차입금은 미국·헝가리 공장 건설비용 뿐만 아니라, 회사의 운영자금이 필요할 때 쓰는 예비비 성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