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서며 베트남·홍콩 등 시장 다변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이 대표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대표가 글로벌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향후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4월 하나금투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5000억원을 출자했다. 하나금투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조3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나금투는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투는 유상증자 직후인 지난달 25일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증권 자회사(BIDV Securities, BIDV증권) 지분 35%를 1420억원에 취득했다. 하나금투는 이번 지분 인수로 BIDV증권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BIDV증권은 증권인수·투자자문·파생상품거래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지난해 순이익 188억원을 거뒀다.

하나금투는 오는 2026년까지 BIDV증권을 베트남 7대 증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개선하고 자산운용업 등 신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BIDV증권은 증자된 자금으로 위탁매매·신용융자·고유계정 투자를 강화하고 정보통신기술(IT)개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하나금투는 최근 하나은행 홍콩 계열사 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KHGF) 인수를 추진하며 시장확장에도 나섰다. 하나금투는 1억달러(약 1274억원)를 투자해 하나은행이 보유한 KHGF 지분 100%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하나금투는 첫 홍콩법인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BIDV증권 지분 인수로 그룹 글로벌 전략 중 하나인 신남방 정책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며 "하나금융투자가 가진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투의 글로벌사업 확장 행보는 이 대표가 취임 당시 내건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1년 하나금융그룹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으로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그룹 내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지난 2020년 하나금융그룹 글로벌 부회장에 선임된 뒤 지난해 3월 하나금투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하나금투는 대체투자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며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하나금투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5066억원으로 전년대비(4100억원)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15억원으로 2.1% 늘었다. 주식시장 위축 속에서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 등 해외 대체투자가 기초체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187억원으로 전년동기(1366억원) 대비 13.12% 감소했으나 직전 분기(962억원) 대비로는 23.37% 증가했다.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 역시 1193억원으로 전년동기(1366억원) 대비 12.75% 줄었으나 직전분기(966억원)와 비교하면 23.51% 늘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협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IB 그룹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시장내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