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중국맥주 '칭따오' 수입사 비어케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칭따오가 국내 수입맥주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점유율 방어에 애를 먹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비어케이는 제품 포트폴리오가 칭따오 단일 브랜드에 집중돼 있는 터라 점유율 하락이 곧 실적 부진 장기화로 비화될 우려가 큰 곳이기도 하다.

17일 편의점 A사가 집계한 수입맥주 판매자료를 보면 지난해 칭따오의 시장점유율은 11.4%로 전년(13.3%)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위안거리라면 같은 기간 칭따오가 하이네켄을 앞지르고 수입맥주 1위 브랜드 자리를 탈환한 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업계는 이에 비어케이가 '상처뿐인 1위'를 차지했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맥주들이 빠진 파이가 칭따오로 향하지 않았을 뿐 더러 중상위권 맥주 브랜드와의 격차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우선 칭따오는 2019년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산 맥주들이 퇴출당하다시피 할 당시만 해도 승승장구 할 것처럼 보였다. 실제 아사히맥주의 경우 국내 수입맥주 시장의 최강자였지만 2019년 7월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그해 8.8%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칭따오는 아사히와 삿포로, 기린맥주가 부진한 틈을 타 2019년 수입맥주 브랜드 1위(점유율 12.2%)차지했다. 2020년에는 전년보다 1.1%포인트 오른 13.3%의 점유율을 기록, 일본 맥주 수요를 일부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1년 만에 점유율이 2%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일본불매' 수혜가 사라졌단 점이다. 이는 중형급 수입맥주들이 승승장구 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편의점 A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맥주 10위권 밖 제품들의 합산점유율은 32.4%로 1년 전(27.2%)에 비해 5.2%포인트나 상승했다. 새로운 수입맥주들이 지속 시장에 모습을 보이면서 매출 나눠먹기를 한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수입맥주는 통상 4캔 1만원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되는데 다수 소비자들은 다양한 맛을 즐기기 위해 프로모션에 묶이는 여러 제품들을 사는 경향이 있다"며 "칭따오나 하이네켄의 판매량이 여전히 최상위권에 꼽히지만 선택권이 확대되는 만큼 점유율이 희석될 가능성 또한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칭따오 수입사 비어케이의 실적도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비어케이의 작년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1052억원, 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성기였던 2018년에 비해 매출은 16.7%, 영업이익은 70.9% 각각 줄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닥친 데 더해 매출의 70%가 나오는 가정용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하락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비어케이 측은 판매처 확대, 칭따오 포트폴리오 강화 활동을 통해 제품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비어케이 관계자는 "팬데믹으로 인해 실적이 위축된 부분이 있지만 가정용 시장에선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성과를 냈다"며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리오프닝 기대감이 있는 만큼 이에 발 맞춰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칭따오=중식당'이미지에서 벗어나 판매처를 다변화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