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수제맥주 제조업체 제주맥주가 라거 제품 출시를 발표하며 유흥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에 연착륙 하기가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부터 긴축 경영에 돌입하는 터라 적극적인 광고·판촉에 나설 수 없는 데다 라거 맥주 특성상 타사와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24일 제주맥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중 신제품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을 선보인다. 제주맥주가 선보이는 첫번째 라거 제품이다.

제주맥주가 라거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은 2015년 회사 설립 이후부터 적자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영업손실만 해도 33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5월 이익 미실현 상장 특례(테슬라 요건)로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는 2024년까지 흑자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손실이 지속될 시 관리종목 지정에 이어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즉 제주맥주가 기존 에일 맥주사업으로는 수익 창출이 사실상 어렵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유흥채널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것을 겨냥해 라거 맥주 출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제주맥주에서 출시할 라거 제품이 과연 시장에서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고 있다. 유흥채널 공략을 위해선 대규모 마케팅이 필요한데 제주맥주가 올 초부터 긴축 경영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맥주는 올해 특별한 광고 없이 전년(26억원) 수준의 판매촉진비를 동원해 유흥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시장에 연착륙 시키기 위해 광고선전비 등으로 막대한 금액(2070억원)을 태웠고,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했던 롯데칠성 역시 5%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데 2000억원(2043억원)이 넘는 자금을 사용했다"며 "유흥채널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1% 올리는데 100억원이 필요하단 얘기가 있을 만큼 적극적인 광고와 판촉 활동이 동반돼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인데 제주맥주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라거 맥주 특성상 타사 제품과 차별화하기 어렵단 점도 시장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라거 맥주는 에일 대비 제품 간 맛 차이를 내기가 쉽지 않다. 대규모 판촉 없이는 기존 제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돌릴 만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셈이다. 

A주류회사 관계자는 "대기업들도 라거 신제품을 출시할 때 유흥 시장 점유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적극적인 판촉 등 막대한 초기 투자 없이는 시장 안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거 맥주가 기존 제품과 큰 차이를 보이기도 쉽지 않은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오히려 적자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B사 관계자도 "주류 도매사와 식당의 입장에서는 기존 맥주들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의 회전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굳이 신제품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혹여나 제품이 판매 호조를 보이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데다 제주도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수익 창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제주맥주 관계자는 "제품의 시장 안착을 위해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에일 시리즈 중심의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통망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름 성수기에는 해변 근처 펍이나 휴양지 등에서의 판촉에 집중해 제품 인지도를 제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