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LG생활건강이 부진한 성적표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코카콜라 등 음료제품에 이어 올해 생활용품과 화장품까지 가격을 인상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판매가 인상으로 2분기 원가부담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경쟁력이 둔화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코카콜라 등 음료가격 인상에 이어 올해 1분기 토탈뷰티(생활용품+화장품) 주요 제품의 가격을 대부분 인상했다. 토탈뷰티사업이 LG생활건강 전체 매출의 70% 비중을 차지할 만큼 무게감이 크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우선 생활용품 주요 제품 5개의 가격을 모두 올렸다. 샤프란(섬유유연제)은 공장도가격 기준 5520원으로 12.4% 상승했고, 테크(세탁세제)는 1만5890원으로 10.3% 올랐다. 이 밖에 리엔샴푸(9.2%), 페리오치약(8.4%), 자연퐁 주방세제(3.3%) 등 주요 제품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주요 화장품 제폼인 수려한 비책자단 메탈쿠션 FD(9.3%), 닥터벨머 시카 수분크림(6.3%), 이자녹스 로션(5.8%)의 가격도 인상됐다.

주요 제품 가격인상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둔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생활용품의 주요 원재료인 팜 스테아린 오일(Palm Stearin Oil) 매입 가격은 1분기 톤당 1551달러로 전년 말 대비 20.1% 급등했고, 팜 핵유(Palm Kernel Oil) 역시 18.3% 상승했다. 화장품 원재료 중에서는 스테아릴알코올(Stearyl Alcohol) 역시 8.2%나 올랐다.

원재료 가격이 이처럼 상승하다 보니 수익성지표인 영업이익률이 악화됐다. LG생활건강의 전체 영업이익률은 10.7%로 나타난 가운데, 생활용품(10.0%)과 화장품(9.9%)은 이보다 낮아 전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사업으로 꼽혔다. 반면 선제적으로 제품가격을 인상한 음료사업은 13.1%로 주요사업군 중 이익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화장품 사업의 경우 이익율이 지난해 1분기 21.9%에서 12.1%나 급락했고, 매출(6996억원)과 영업이익(690억원)은 각각 39.6%, 72.9% 줄었다. 국내 면세 채널과 중국 법인의 부진이 겹치면서 화장품 실적이 악화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판매가 인상으로 2분기에 부담이 완화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화장품 사업이 국내 면세 채널과 중국 법인의 부진의 문제 뿐만 아니라 본연의 경쟁력 부분이 재고되야 된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DB금융투자 허제나 연구원은 "기저가 높기도 했지만 화장품 사업의 3개 분기 연속 나타난 큰 폭의 매출 감소는 브랜드력 약화에 대한 의심을 짙게 만든다"며 "매크로 불확실성과 함께 펀더멘털 경쟁력 우려가 함께 커지는 구간이다"고 설명했다.

KB증권 박신애 연구원도 "(중국의) 봉쇄조치가 없었더라도 LG생활건강의 1분기 면세·중국법인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하향했을 확률이 높다. 핵심 성장 동력이였던 '후'의 매출 증가 정체가 현실화 됨에 따라, 평가가치의 추가적인 재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중국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와 미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 인수해왔던 브랜드들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LG 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 4월 인수한 크렘샵(미국)이 보유한 K뷰티 헤리티지와 현지 영업 역량을 활용하여 미주 사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럭셔리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그 동안 글로벌 M&A를 통해 인수한 REACH(리치), Euthymol(유씨몰), Arctic Fox(알틱폭스)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