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오피니언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KB금융지주_늘봄학교(1)
시스템 떠받치는 믿음의 근원은 '실체'
이현중 편집국장
2022.05.26 07:55:05
루나-테라 사태의 본질은 탈중앙화란 이름의 허구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5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달러 화폐 뒷면 문구(IN GOD WE TRUST)

[이현중 편집국장] 어느 날 내가 가진 화폐의 가치를 누구도 믿지 않을 때, 더 이상 손에 쥔 화폐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없을 때, 화폐는 종잇조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위변조 장치를 한 종이와 액면의 숫자가 화폐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화폐가치의 안정적 관리가 필수다. 그 중심에는 화폐의 가치를 보전하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다.


디지털 자산이란 카테고리로 묶인 여러 가지 것들에 매겨진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닷컴 버블의 복사판이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테라-루나 시스템의 몰락이 가져온 충격은 탈중앙화와 알고리즘의 조합이 만들어낸 것들의 실체가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폭로도 잇따른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이름을 알렸을 때 집중화된 관료제의 병폐를 갈아엎을 대안의 출현에 IT의 덕후들은 환호했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 기반한 금융시스템은 앞으로 지향해야할 가치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테라-루나의 비극적 결론에도 새로운 금융시스템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지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익숙한 화폐시스템도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질서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것이기에 새로운 믿음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관련기사 more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지만… 부동산 광풍 이후 올 미래 루나 2.0 새로운 폭탄 돌리기 포스트모더니즘과 탈중앙화의 이단

화폐 시스템도 믿음의 세부내용의 변주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해 왔다. 금태환 아래에서도 세상에 나온 모든 달러를 금으로 바꿔 줄 정도로 실제 금을 보유했다는 건 아니다. 달러를 가진 자가 요구를 하면 언제든지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했을 뿐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 영란은행이 세워지고 관련 제도가 정착되면서 만들어진 근대 화폐제도는 합법적 강제력을 근대국가가 독점적으로 가졌기에 작동했다. 근대국가의 공권력이 내가 가진 화폐의 가치와 구매력을 보장한다는 믿음에 화폐는 유통되고 축적의 대상이 됐다.


탈중앙화가 시스템의 작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스템 자체가 믿음을 담지 하는 작동기구는 아니다. 문제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대응에 나서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기에 믿음은 유지된다. 믿음은 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등 실제 이용자의 사용가치를 만족시키는 실물경제와 뗄 수 없는 관계다. 믿음은 실제의 현실에 뿌리를 둔다. 자유나 평등 등 보편적 가치를 표상하는 추상적 관념이나 몇몇 IT 수재들이 착안해 낸 알고리즘이 믿음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실제 힘으로 작용하는 권력, 그리고 일상을 살아내는 인간들이 현실에서 만들어내는 거래,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노동 등이 어우러져 믿음의 실체가 체감된다.


달러 가치의 잦은 변동과 강약의 세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확대는 현재 화폐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기도 여전하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중앙이라는 이름으로 믿음의 레짐을 독점했던 기구가 가까운 시점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탈중앙이라는 미명 아래 돈을 끌어들인 디파이가 실제로는 중앙집중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규제를 회피하기 수단이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상의 삶 구석구석에서 체감적으로 믿음의 실존을 구현해내는 실체로서 중앙의 기능을 대체할 대안이 탈중앙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대체해온 것이 인류 문명의 진화 방향이기에 금융을 중심으로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탈중앙화가 이루어지는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그 노정에 이번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노이즈가 빈발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탐욕을 부추기는 자본의 양식이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그럴듯한 기술의 외형을 한 모조품이 새로운 발명품으로 둔갑할 유인은 차고도 넘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한국투자증권(주)
lock_clock곧 무료로 풀릴 기사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more
딜사이트 회원전용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Show moreexpand_more
에딧머니성공 투자 No.1 채널 more
D+ B2C 서비스 구독
Infographic News
월별 M&A 거래대금 추이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