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퇴직연금을 대표하는 상품군인 TDF(타깃데이트펀드)를 주식시장에서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오는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을 앞두고 국내에도 ETF(상장지수펀드)를 비히클로 삼아 TDF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운용사 3곳(삼성‧한화‧키움)이 다음달 말 경 TDF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운용사 모두 한국거래소와 상장적격성 심사, 금융위원회 신규등록, 신규상장 신청서 제출 등 세부적인 상장 스케줄을 조율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국내에는 생소한 TDF ETF가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건 최근 한 운용사에서 주최한 간담회 자리를 통해서다. 지난달 26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KOSEF미국ETF산업STOXX ETF' 출시를 기념해 연 간담회에서 "상반기에 TDF ETF를 내놓을 것"이란 계획을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퇴직연금 펀드인 TDF와 투자 비히클에 해당하는 ETF라는 별개의 개념이 혼용된 용어였던 터라 참가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장에 출시돼 있는 유사한 명칭의 상품과 혼란을 빚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운용 중인 '삼성 ETF를 담은 TDF' 시리즈와 TDF ETF의 차이점을 묻는 질의가 오갔다.

전자는 일반 펀드 대신 ETF로 자산을 구성한 'TDF'인 반면 후자는 TDF 스킴을 덧 씌운 'ETF'에 해당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판매사를 통해 가입하는 공모 펀드의 성격을 가진 TDF와 달리 TDF ETF는 상장된 상품이라 주식처럼 매매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단 명칭에 TDF가 붙은 만큼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를 적용해 은퇴시점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가입 초기에는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빈티지(은퇴시점)가 가까워 오면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은 동일하다.

TDF ETF가 등장하게 된 건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연관이 깊다. 오는 7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TDF 수요가 급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DC형이나 IRP(개인형) 가입자는 특별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원금보장형이 아닌 TDF, 혼합형 펀드와 같은 상품에 투자된다. 비록 TDF ETF는 ETF에 해당되지만 TDF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디폴트옵션 적격상품군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운용사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TDF ETF 출시를 준비해 온 까닭이다.

투자자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도 TDF ETF의 장점으로 꼽힌다. TDF ETF는 'ETF'인 만큼 증권사나 보험사 등에 지불하는 판매보수가 없다. 운용사에 지급하는 운용보수만 내면 된다. 이마저도 투자자 부담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운용사는 회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 ETF 점유율 제고를 위해 최저보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TDF ETF를 선보일 운용사 3곳은 3~4개의 빈티지로 스타트를 끓을 예정이다. 한화운용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4개의 빈티지(2030‧2040‧2050‧2060)로 구성된 ARIRANG TDF ETF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030‧2040‧2050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특히 키움운용의 경우 KOSEF가 아닌 히어로즈 브랜드를 TDF ETF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지수는 미국 S&P사의 '다우존스 TARGET 2030‧2040‧2050'을 쓴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과 보험권에서 증권사로 연금투자자의 머니무브는 계속 진행 중인데, 이는 연금자산을 ETF로 운용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며 "기존 TDF는 펀드이기 때문에 매매 실행 측면에서 불편한 면이 있었고, 이에 ETF로 투자하는 연금투자자들을 위해 TDF ETF를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