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한국거래소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는 시뮬레이션 결과 한국거래소의 현행 독점 체제에서 얻는 수익보다 대체거래소를 설립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체거래소를 설립하기 위한 금융당국 주도의 자본시장혁신 태스크포스(TF)가 운용되고 있으며,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들은 ATS설립위원회를 구성해 예비 인가를 추진 중이다.

ATS설립위원회에는 초기에 참여한 7개 대형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를 비롯해 다수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참여한다.

당초 ATS 설립은 증권사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았다. ATS와 경쟁시장이 겹치는 한국거래소 역시 대부분의 지분을 증권사들이 갖고 있어서다. 사실상 동일주주 아래 양대 거래소 체제가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독점체제 해소로 볼 여지가 적은데다, ATS 지분구조에 따라 증권사들 간 수익배분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최근 증권사들이 전향적으로 ATS 설립에 나서는 것에는 수익성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ATS가 설립될 경우 한국거래소 수익감소에 따라 증권사에 떨어지는 배당 및 지분가치 감소가 예상된다"면서도 "시뮬레이션 결과 손실을 상회하는 수익이 ATS에서 나온다는 판단이 있기에 증권사들이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총 거래량은 한정돼 있기에 단순하게 점유율을 나눠가지는 제로섬 방식으로는 수익이 나기가 어렵고, 장외시간대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등 거래량 증가를 유도하는 방식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양대 거래소 체제가 구성될 경우 경쟁으로 인해 수수료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양대 거래소의 주주구성이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 수수료 경쟁이 일어나더라도 인하폭은 크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수수료율은 0.0027%로 이미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한국거래소의 수수료율은 해외 거래소를 통틀어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당장은 경쟁으로 인한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ATS는 예비인가도 나지 않은 초창기로 구체적인 사업구상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ATS가 출범하더라도 점유율이 15%를 넘지 않는 한 한국거래소처럼 시장감시나 상장공시의 역할은 수행하지 않고, 매매창구 역할만 수행하기에 향후 어떤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