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에 증권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설립이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ATS 설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에 맞춰 예비인가·본인가 등을 거쳐 2~3년 뒤 ATS가 설립되면 지난 1956년부터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

◆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은 ATS 설립 논의…2년 후 출범 전망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를 필두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7개 증권사가 참여한 'ATS설립위원회'에 중소형 증권사 다수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ATS 설립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기존 7개 증권사를 포함해 총 30곳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ATS설립위원회는 현재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연구원으로 구성된 'ATS 태스크포스(TF)'의 ATS 인가 심사 가이드라인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심사 가이드라인은 현재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ATS설립위원회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예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예비인가 심사는 수 개월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예비인가 이후엔 본인가 절차가 남아 있다. 이들 절차가 마무리된 후 실제 ATS 출범은 오는 2024~2025년 무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ATS 설립 근거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부터였다. 다만 증시 거래규모가 크지 않아 설립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한 차례 급락한 뒤 반등하면서 '동학개미'로 불린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면서 ATS 설립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됐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거래소 간 경쟁체제는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 자리잡은 시스템"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증시 거래 규모가 뒷받침되어야 복수 거래소 시스템도 유의미해지는데, 우리나라도 2년여전부터 증시 규모가 커지면서 ATS 설립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 "경쟁체제 도입 땐 비용 감소, 서비스 개선 등 기대"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다양한 서비스와 경쟁을 통한 증권시장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거래소 간 가격 경쟁을 통해 거래 비용이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거래소 수수료율은 0.0027%로 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이지만, 복수 거래소 경쟁 체제가 되면 추가적인 수수료율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ATS는 기존 정규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반) 외 야간 매매 등 연장 거래도 가능하고, 거래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ATS가 도입되더라도 시장 감시와 청산 결제 기능은 한국거래소가 맡는다. 이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ATS 설립 근거가 마련될 때 명시된 내용이다. 자본시장법 제78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는 거래소는 ATS에서의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매매에 관한 청약·주문이나 거래참가자가 ATS에 제출하는 호가의 상황 ▲매매체결대상상품 관련 풍문·제보나 보도 ▲매매체결대상상품의 발행인 등에 관한 신고·공시 등을 감시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TS가 도입된다는 것은 거래소 시장에서도 시장 경쟁체제가 마련된다는 것"이라며 "경쟁으로 인해 비용 감소 또는 서비스 개선, 호가 제출 방식 다양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