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상반기 중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철수와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패널 생산을 강화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수익성 확보의 어려움으로 당분간 중소형 OLED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6월 중 충남 아산캠퍼스 내 TV용 대형 LCD 생산라인인 'L8-2' 라인 가동을 중단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1991년 박막트랜지스터(TFT)-LCD 사업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LCD 사업을 시작한지 30년 만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말 중국 BOE, 대만 QOU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LCD 사업을 철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한 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면서 지금껏 사업을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의 빈자리를 QD-OLED로 채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QD-OLED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 생산라인인 'L8-1'의 일부를 QD-OLED 생산을 위한 'Q1'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생산과 관련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번 사업 철수로 가동이 중단되는 생산라인 L8-2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QD-OLED TV 전략이 모호해진 탓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QD-OLED TV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LCD 패널 기반의 QLED TV가 판매량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동시에 예상보다 QD-OLED TV의 시장가가 낮게 형성되면서 QD 판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는 QD-OLED TV와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QD-OLED 물량을 확실히 해야 삼성디스플레이도 캐파 확장에 나설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 TV 실적을 QLED가 책임지고 있어 당장 QD-OLED 생산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도 쉽게 추가 설비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QD-OLED 패널 수율을 75%까지 달성한 상태이지만 연간 생산능력(CAPA)은 최대 180만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분간 시장점유율 73%에 달하는 중소형 OLED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존 LCD 생산라인이었던 'L7-2'를 6세대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인 'A4E'로 전환했으며 베트남 현지 공장에는 폴더블 패널 전용 생산라인 3개를 추가로 증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 OLED 패널 출하량 예상치 1000만대 중 90%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매한 QD-OLED 보다는 확실한 중소형 OLED에 집중해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불확실한 상황에선 TV 패널보다 교체주기가 빠른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OLED에 집중하는 게 삼성디스플레이 측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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