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지난해 1조1000억원의 정부출자를 받은 KDB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오히려 뒷걸음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대폭 증가했지만 전년 대비 4배 수준의 배당을 실시한 영향이다. 산은은 "배당을 통해 국가 재정에 기여한다"고 밝혔지만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아온 BIS비율 개선에 실패하면서 결국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산은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4613억원으로 2020년 4875억원보다 대폭 중가했다. 에이치엠엠(HMM)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에 따른 대규모 평가차익이 1조8000억원 규모로 인식되면서 비이자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또한 대우건설을 매각하면서 손상차손이 환입됐다. 산은이 대우건설 주식을 확보한 2010년 1만원 안팎이었던 가격은 2020년 12월 말에 주가 4985원으로 떨어졌다. 장부가액이 취득가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져 관련 손실을 지난해 손상차손 처리했는데 이를 다시 재평가한 것이다. 손상차손 환입액만 약 3500억원 수준으로 반영됐다.

평가이익이 증가하면서 산은은 2020년 말 4880억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이익을 2조462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기반으로 배당금액도 전년 대비 4배나 높였다. 산은은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8331억원의 배당금 지급을 결의했다.

하지만 배당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BIS비율 등 자본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 BIS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각각 16.0%, 14.3%를 나타냈지만 지난해 말에는 각각 14.9%, 13.7%로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정부의 1조1000억원 규모 출자가 있었지만 재무지표를 개선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정부출자에도 결산배당과 위험가중자산의 증가로 보완자본이 감소하면서 BIS총자본비율의 하락이 더 크게 나타났다"며 "조선·해운·철강·건설 등 위험업종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퇴임을 앞두고 "2015년과 2016년 당기순손실만 5조5000억원으로 산은은 자본잠식 직전에 몰려있었다"며 "산은이 살아남은 게 기적"이라고 밝혔다. 자기자본은 2016년 당시 22조5650억원에서 2021년 말 36조5030억원으로 60% 수준 늘어났다. 다만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같은 시기 14.9%로 동일했고, 총자산/자기자본 지표는 9.7배에서 7.6배로 낮아졌다. 기관의 건전성 지표만 놓고보면 당시보다 개선된 점은 크지 않다.

이미 산은은 BIS비율 개선을 요구받았었다. 지난 2020년 국정감사 당시 산은은 국회로부터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저조한 상황으로 충분히 출자를 받고 여력을 확보하여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당시보다 자본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악화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출자는 뉴딜펀드에 사용하기 위해 받은 것이고 배당은 실적에 따라 진행된 사항"이라며 "BIS비율은 일정 수준이상 유지되면 문제가 없고 영업상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