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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과 탈중앙화의 이단
이규창 금융부장
2022.05.31 08:16:40
'투기자산' 코인은 블록체인기술 확산 과정에서의 단면일 뿐
이 기사는 2022년 05월 30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이규창 금융부장] 약 1년 전 '코인 백워데이션'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게재했다. 비트코인 백워데이션(Backwadation. 현물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은 마이너스 베이시스 상태)은 비트코인 약세장의 신호이며 자금력 있는 대형 글로벌 IB 등이 선물거래에 나서는 시점부터 개미들은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 코인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극'이라는 나심 탈레브('블랙스완'의 저자)의 주장도 소개했다.


칼럼이 게재된 지난해 6월 중순 비트코인은 4700만원대였다. 약세장 전망이 무색하게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은 80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3700만원선까지 떨어져 거래된다. 가상자산의 '맏형' 비트코인도 워낙 큰 변동을 보인 탓에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맞는지조차 모르겠지만 확실히 최근 분위기는 좋지 못하다. 금리 상승 등 전반적인 거시 여건이 비우호적인 영향에다 무엇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 때 10위권에 위치했던 테라와 루나가 휴지조각이 된 충격이 컸다.


가상자산 시장의 불황으로 코인 1개당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가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테라의 가격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자매 코인인 루나도 같이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하락은 물론 비트코인, 이더리움 투자심리도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테라와 루나를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라 2.0으로 부활을 강행하고 있다.


이더리움 개발자와 도지코인의 공동 창업자마저 권 대표를 비난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테라와 루나의 발행 구조가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였다고 지적했다. 테라폼랩스가 투자자들에게 현금으로 테라를 매입한 후 이를 맡기면 연 20% 수준의 수익률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집중 비난을 받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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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기술의 핵심 개념인 탈중앙화는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고 데이터를 각자 분산 보관해 완벽한 보안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더 이상 지배적인 중앙 세력이 필요 없고 정부와 기업이 대중을 속일 수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시킨다는 '환상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이는 모더니즘의 반동인 포스트모더니즘을 연상케 한다. 20세기 전반 이성과 합리성을 내세운 규칙과 권위, 규율이 서구 백인 남성 중심적 가치로 폭력과 차별을 초래하면서 탈권위와 다양성, 해체주의를 내세운 포스트모더니즘이 20세기 후반에 중요한 철학으로 자리매김한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머리 좋다는 학자마다 해석도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극단적 허무주의와 무정부주의를 부추겨 반사회적 인물을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의 탄생 배경을 고려하면 극단적 허무주의와 무정부주의는 하나의 이단일 뿐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가치저장 수단, 교환 수단, 거래 단위라는 통화의 세 가지 요소를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쓰레기라고 맹비난했다. 스콧 마이너드 CIO의 주장대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정도는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행자와 거래소만 부자 되거나 오로지 투기자산으로만 인식되는 코인은 탈중앙화의 철학과 거리가 멀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과 함께 우리 삶 속에 공존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경제 버전'인 블록체인기술이 '욕망의 변종'이 아닌 기존 질서를 바꿔나가는 탈중앙화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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