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오는 7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예상보다 값비싼 '합병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합병 안건을 다룬 양사 임시주주총회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최근 주가부진으로 인해 자금유출 부담이 커진 까닭이다.

30일 재계 등에 따르면 롯데제과-롯데푸드 간 합병에 반대하는 양사 주주들은 지난 27일부터 내달 16일까지 소유한 주식을 회사가 매수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당 행사가액은 롯데제과의 경우 11만5784원, 롯데푸드는 32만761원이다.

재계는 양사가 떠 앉을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주가가 지난 17일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양사가 주총서 합병안건을 다룬 지난 27일 롯데제과 종가는 11만25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대비 3284원 낮았다. 롯데푸드 주가 또한 행사가격보다 7761원 낮은 31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가부진 요인에는 증시 불안이 꼽히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을 결의한 지난 3월23일 2735.05에서 이달 27일 2638.05로 3.5% 하락했다. 아울러 양사 주가가 롯데그룹주 특유의 저평가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양사 합병 시 통합법인 매출은 3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500억원에 이르지만 예상 상장 시가총액은 1조원에 불과할 정도로 이들의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은 통합법인 재무상태에도 상당히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의 최대치를 12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양 사가 기록한 순영업활동현금흐름(1954억원)의 61.4%에 달하는 액수다. 양사가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라 매입할 주식은 자사주(자기주식)가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사주는 회사가 인적분할을 하지 않는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양사 합병 이유가 통합법인 운영에 따른 경쟁력 강화이고 그룹 내 지주사(롯데지주)가 있단 점에서 통합법인의 인적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회사 측은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합병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쓴 돈에 비해 얻을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식품업계는 양사가 합병할 시 구매 및 영업망 통합으로 고정비를 절감하는 한편 롯데푸드가 롯데제과의 해외 영업망을 사용함으로써 매출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어느 정도 행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미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등도 마무리 된 상황이기 때문에 행사 물량이 조금 더 확대된다 해도 통합법인 출범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합 롯데제과는 양사가 행사된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을 사들인 이후인 7월 1일자로 출범할 예정이다. 기존 롯데푸드 주주들의 주식은 7월 20일 통합법인 주식으로 재상장된다.